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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평화는 끝없는 계약…결혼생활 같아"

[2018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댄 애리얼리 美 듀크대 교수

포틀랜드(미국)=키플랫폼 특별취재팀 | 2018.04.10 07:00

편집자주 |  글로벌 경제의 빠른 변화 환경을 심층 조망해 새로운 기회 요인을 포착하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이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탈중앙화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 탈중앙화를 핵심가치로 내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를 파헤치고, 공정·투명·참여의 가치를 좇는 미래의 주권자 '1020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구조를 해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기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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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철희 기자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은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 때부터 기대가 피어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실현 가능성이 무르익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논란이 한국 젊은층의 반발을 사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국내 여론을 모으는데 정부가 잠시 난관에 빠지기도 했다.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동경제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단일팀 논란이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정책 추진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일을 추진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평판을 잃는다"며 "단일팀 구성이 아니라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거나 '국가의 번영을 원한다'는 기본 원칙부터 얘기했다면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 간 평화 협력과 신뢰 구축에 대해서도 "평화는 끝없는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는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돌보는 결혼생활 같은 것"이라며 "미래지향적인 계약이므로 장기간에 걸친 신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설을 다양한 실험들로 입증하면서 경제 주체는 항상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전제를 정면 반박한다. 취재팀은 한반도 평화를 비롯해 한국사회가 신뢰 형성을 위해 필요한 노력,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신뢰 구조인 블록체인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조언은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는 '2018 키플랫폼' 개막 총회 주제 발표 시간에 소개된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신뢰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사람들은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될 때, 누군가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문제를 삼는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더 일찍 알게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앞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또 세부사항보다는 기본원칙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예컨대 남북은 순 한민족, 같은 민족으로서 언젠가 통일된 나라로 갈 필요가 있다는 원칙이다. 그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말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빠르게 확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사안에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면 정부는 국민이 그 사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다만 국민들은 모든 팩트를 소화하거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판단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고 해야 할 이유 또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사결정에 쓸 시간도 넉넉치 않다. 이때 배심제도(jury system)처럼 대표 그룹이 먼저 사안의 구체적인 정보를 다루고 찬반토론 거친 후에 대중 차원의 결정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수립키도 한다.
▶현실 세계와 의사결정 과정이 더욱 복잡해진 시대다. 따라서 보다 전문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전문성이 자세히 반영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신중한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반응은 매우 빠른데 그게 오히려 문제다. 어떤 사안에 빠르게 문제의식을 나타내고 실제로 투표와 같은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한달만 지나도 관심은 꺼진다. 처음에는 많이 부족하게 여겨지던 것이 신중히 생각한 후에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신중한 배심원들의 토의를 거치는 시스템이 더 나을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신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설계한 분산시스템이다. 신뢰의 대용품이다. 다만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면 큰 비용이 든다. 채굴이나 암호화도 비용이 많이 든다. 신뢰의 결여에 대한 비용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완벽하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이 분산되길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실제로 어느 수준에서 활용될 것인가.
▶암호화폐는 간단한 방법으로 당장 여러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엄청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비도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비트코인보다는 이더리움의 접근법이 흥미롭다. 자녀에게 몇몇 상점에서만 쓸 수 있거나, 자정까지 쓰지 않으면 다시 부모에게 돌아오거나, 계약에 위반되면 쓰지 못하는 암호화 토큰을 용돈으로 주는 아이디어가 가능하다. 돈이 앞뒤로 오갈 수 있는 엄청난 아이디어다. 내가 정부라면 국가에 단 하나의 화폐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커뮤니티가 자체 화폐를 암호화폐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다.

-행동경제학이 주목하는 인간의 직관과 AI(인공지능)는 상충하지 않는가.
▶인간의 직관은 대개 아주 작은 데이터들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더 많은 데이터를 탐구하는 시스템은 더 나은 직관력과 예측력을 낳는다. 의사결정에서 직관력을 높이려면 즉각적으로 정확한 피드백을 얻는 결정 경험을 풍부히 쌓아야 한다. 직관은 정보의 입력과 출력, 그 사이의 연결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좋은 AI 시스템이 적어도 확률 높은 데이터로 인간을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