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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탈중앙화, 은행 미래 바꾼다…"미국·아세안 '와해적 혁신' 주목해야"

[2019 키플랫폼]"은행, 직접 업무자 아닌 플랫폼 제공자로 탈바꿈"…"기업가적 생태계가 혁신 흐름 이끌어"

주명호 김수현 | 2019.04.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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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하마드 리주안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핀테크 협회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분과세션1 금융산업의 와해'에서 '핀테크, 이슬람 금융, 그리고 말레이시아 및 아세안 지역에서의 퀀텀 점핑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미래의 은행은 모든 서비스를 관리하지 않는다. 탈중앙화로 은행은 플랫폼 제공자이자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변모할 것이다."

모하마드 리주안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핀테크 협회 회장은 향후 전환될 은행의 구조를 이같이 정의했다. 클라우드기술, 빅데이터 활용, 디지털화 등 다양한 핀테크 혁신들이 은행에 집중된 금융 업무를 분산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지즈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 2019)'에서 '핀테크, 이슬람 금융, 그리고 말레이시아 및 아세안 지역에서의 퀀텀 점핑 전략'이란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은행이 오늘날의 형태를 계속 고수한다면 젊은 층에게 버림 받게 된다"며 "향후 1~3년 사이 이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자체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에서도 혁신중인 금융=현재 말레이시아 핀테크 협회에 등록된 기업들은 약 160여개로 말레이시아 뿐만 아나라 다양한 해외 기업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업이 쉬운 기업친화적 환경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핀테크 협회는 금융의 디지털화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기존 기업들이 실질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인채 채용방식의 전환, 미래 금융에 대한 교육, 대안적 펀딩을 통한 잠재력 있는 기업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지즈 회장은 "말레이시아는 기업의 62%만이 인터넷 연결성을 가지고 있고 이중 18%만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만큼 말레이시아 기업들과 향후 사업을 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슬람 금융(샤리아 금융)은 기존 금융과 기본적인 전제가 달라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지즈 회장은 이슬람 금융의 핵심을 △서비스 중심 △자산·거래기반 △신가치 창출 △계약자간 상호합의로 정리했다. 그는 "기존 은행은 은행이 항상 유리한 채권·채무 관계지만 이슬람 금융은 손익을 서로 분담하는 개념"이라며 "양자가 함께 리스크를 분담하고 항상 공유하는 물리적 자산이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은행은 가치 창출이 항상 은행에만 집중되지만 이슬람 금융은 투자자와 은행 모두가 가치를 누리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뱅킹, 오픈 뱅킹 등을 추진한다. 올해말에는 이슬람 금융과 기존 금융기관 모두 신청 디지털 은행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아지즈 회장은 "금융 규제기관들은 과거의 규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업계의 피드백을 적극 받고 있다"며 "핀테크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국가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아지즈 회장은 "새로운 경제에는 제로섬 게임 아닌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더 이상 '위너 테이크 올'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여러 테이블에 앉아 각각의 파이를 키워 이를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국의 핀테크 비즈니스 환경을 설명한 올란 베라논드 두리안 코퍼레이션 공동창업자는 태국 핀테크의 가파른 성장 원인을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으로 꼽았다. 그는 "태국은 7000만명의 인구 중 70% 가까이가 인터넷 사용자고 모바일 가입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며 "또한 2014년 업로드된 사진이 9억4600만장이란 사실은 그만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반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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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트 히다오 마키쉬마 아르다마 체인/ZS블록체인 공동창업자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분과세션1 금융산업의 와해'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 글로벌 관점과 아시아의 관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 혁신 잠재력 큰 블록체인"=켄트 히다오 마키쉬마와 재키 장 ZS블록체인 공동창업자는 지역별로 다른 블록체인의 발현 양상에 주목했다. 마키쉬마 공동창업자는 "유럽은 한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성지라고도 불렸다"며 "높은 성숙도로 규제완화가 아닌 다양한 규제로 오히려 혁신이 촉진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남미의 경우 "정부의 불신이 암호화폐의 의존으로 이어져 핀테크 혁신 살례가 다른 곳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블록체인 산업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제재와 달리 정부 주도의 연구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3~4년 후 미국을 제치고 블록체인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암호화폐의 '암흑기'지만 소비자 인식 제고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은 규제기관의 신중함으로 인해 더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의 최대 장애요소는 규제적 불확실성과 신뢰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사업적 명분을 만들고 협업과 협력이 가능한 생태계가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쉬암 나가라잔 IBM 블록체인 이사는 블록체인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매출 기회 창출인지, 효율성 제고 및 비용절감인지 도입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지난 3년간 강조되어 왔지만 적극적으로 도입이 안되고 있다"며 "모두가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려면 어떤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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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분과세션1 금융산업의 와해'에서 '미국과 아세안 은행 부문의 와해적 혁신가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미국·아세안 은행 '와해적 혁신' 가속화=마지막 발표 연사로 나선 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은 미국과 아세안 각국 은행들의 대표적인 와해적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은 혁신 흐름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기업가형 생태계를 조성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JP모건체이스를 꼽았다. JP모건체이스는 금융정보를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JP모건체이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시장, 금융당국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다. 또한 대부분 은행과 달리 법적으로 구분된 '디지털온리뱅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원장은 "개인화된 금융·재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별화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지역 주요 은행들의 혁신 사례도 비교했다. 싱가포르 DBS의 경우 2017년 설립한 '디지뱅크'로 디지털 온니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실제로 디지뱅크 설립 이후 다른 은행인 UOB와의 주가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2위 은행 CIMB은행은 아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TP뱅크의 경우 가상의 텔러를 통해 휴일에도 문제 없이 뱅킹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

이 원장은 이같은 와해적 혁신의 필수 요소 네 가지로 △목적 △고객 △퍼포먼스 △파트너를 들었다. 그는 "이같은 요소와 맞는 프로세스가 갖춰지지 않으면 와해적 혁신이 발현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