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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겸손' 문화, 세계 스타트업 강국 2위 비결"

[2019 키플랫폼]요아킴 아펠키스트 스웨덴혁신청 부국장 인터뷰

강기준 | 2019.05.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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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킴 아펠키스트 스웨덴 혁신청 부국장이 지난달 25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세션에서 '미래 유망기술 실현을 위한 규제혁신' 관련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스웨덴에는 '얀테라겐(Jantelagen)'이라 불리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문화다. 그렇게 스웨덴은 겸손과 평등을 지향하는 나라가 됐다.


얀테라겐은 그 반작용으로 혁신이나 창업 영역에서 한동안 스웨덴의 발목을 잡았다. 성공해도 부를 과시하면 안되고, 나의 성공은 내가 영웅이어서가 아니라는 엄격한 가르침이 청년들의 창업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이제는 얀테라겐이 스타트업 창업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동력이 됐다. 요아킴 아펠키스트 스웨덴혁신청(VINNOVA·비노바) 부국장은 지난달 25~26일 '미지(未知)의 첨단(尖端): 내일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의 연사로 참여해 얀테라겐이 어떻게 스웨덴을 스타트업 혁신 국가로 이끌었는지 설명했다.

다음은 요아킴 부국장과의 일문일답.

-얀테라겐 문화란 무엇인가. 과거의 족쇄가 어떻게 성장 동력이 됐는가.
▶얀테라겐은 '얀테의 법칙'이라고 불리는데 북유럽 국가들에 존재하는 문화다. 남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스타트업 성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스웨덴의 수많은 뛰어난 젊은이들이 창업보다는 대기업에 취업해 평범하게 사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국가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꾸준히 투자를 늘리면서 서서히 젊은이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얀테라겐은 이제 오히려 실패해도 실패자라는 '낙인(stigma)'을 찍지 않는다는 것에서 젊은 창업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또 얀테라겐 문화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좋은 면을 받아들이면서 안좋은 문화를 거를 수 있는 하나의 '필터'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제 스웨덴 대학 졸업생의 30%는 창업을 희망한다.

-국가가 어떻게 인식을 바꿀 수 있었는가.
▶우리는 애초에 스타트업들에게 대출을 하거나 투자를 대가로 지분을 받지 않는다. 그저 '시드머니(seed money)'를 준다.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우리한테 갚을 돈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한번 투자하면 10년에서 15년까지 기업의 활동을 추적한다. 섣불리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은 좋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선 실패가 너무 많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혁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우리는 5년 정도 투자하고 최대 15년 기업 활동을 추적한다. 중간중간 추가 투자를 한다. 이렇게 우리는 연간 3억1000만유로(약 4000억원)을 20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사업 분야별로 라이프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성과를 측정한다. 섣불리 실패를 규정짓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스웨덴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은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스웨덴의 대기업들도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를 많이 하는가.
▶스웨덴처럼 작은 나라는 서로 돕는 문화가 활성화 돼 있다. 대학과 기관, 기업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다. 이것이 스타트 육성의 숨겨진 비법이기도 하다.

스웨덴 대기업들은 수익의 3분의2 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혁신이 회사의 최우선 목표라는 얘기다. 대기업은 이렇게 터득한 자사의 혁신 노하우 등 지식을 스타트업에 전수해 주고, 아예 직원들이 파견 가 돕기도 한다. 이렇게 돕던 직원들이 또 다른 스타트업을 차리는 등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에릭슨 같은 기업들도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놓고 스타트업들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에릭슨이 B2B(Business to Business)를 겨냥한다면 에릭슨이 만든 생태계 안에서 스타트업들은 B2C(Business to Consumer) 시장을 겨냥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