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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사회·경제·국제관계 문제…일상 모든 패러다임 달라진다"

[2020 키플랫폼-키맨 인터뷰]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류준영 | 2020.05.26 06:00

지구 오남용, 신종전염질환 빈발, 중국의 셧다운과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 인포데믹(정보전염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빅브라더와 국가주의 출현, 뉴노멀(새로운 표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가져온 변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주목한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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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선 KISTEP 원장/사진=KISTEP
김 원장과 같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과학기술 특별세션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정부와 기업,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나’를 주제로 스웨덴 혁신청 등 유럽 석학들과 토론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단기적으로는 바이러스 전염병이라는 보건 분야에 속하지만 차츰 사회·경제·국제관계 위기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과학기술이 우리 일상에 적용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국가 R&D(연구·개발)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유망기술을 신속하게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STEP은 정부 기관 중에선 유일하게 새로운 과학기술이 사회·경제·문화·환경 등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기술영향평가’를 매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AI), 소셜로봇, 가상·증강현실(VR·AR) 등을 다뤘다

김 원장은 우선 코로나19 특성상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이 때문에 공중 보건에 대한 관심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의료시스템도 환자관리에서 건강관리로 전환될 것이며 개개인의 건강 데이터 수집·공유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국가별 의료시스템의 단점, 글로벌 의료시스템 협력 체계의 취약성이 부각됐어요. 기존 치료 중심 의료시스템에서 예방관리 중심의 공중보건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겁니다. 이때 우리는 의료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국내 디지털 의료시스템의 세계화·표준화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K방역’, ‘K진단키트’에 이어 원격의료 등 데이터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의료·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지구촌 공장’이라 불린 중국의 생산기지 모두가 가동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새롭게 재편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기업들의 안정적 경영 활동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자급자족경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확산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매우 민감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GVC(글로벌가치사슬) 구조 변화 속에 코로나19 변수까지 겹치면서 GVC 단절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글로벌 분업체계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유도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 간 협업생태계를 만들어 이 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리쇼어링의 경우 협동로봇 개발, AI·머신러닝을 활용한 품질관리 등 제조공장·장비의 스마트화를 이뤄 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정도의 저비용 공정 자동화를 이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싼 인건비 찾아 떠났던 우리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택할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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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선 KISTEP 원장/사진=KISTEP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등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른 정보 보안 이슈도 증가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수업 중에 해커가 무단으로 침입해 음란 영상을 상영하는 등 소위 ‘줌 폭격(Zoom-Bombing)’으로 불리는 해킹 공격 피해가 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어요. 공공기관 내에선 이미 줌 사용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유지하면서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는 암호화 기술 개발에 투자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극장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동시 개봉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집콕’ 생활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비대면 문화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실감 라이브 서비스의 발달은 기존 고정화된 문화예술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겁니다. 이를테면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18~19일 유튜브 채널 ‘방탄TV’를 통해 서비스한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첫날 동시 접속자 수가 22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19일에도 200만 명에 육박하는 팬들이 언택트 콘서트를 관람했어요. 5G(5세대 이동통신)의 발전으로 라이브 영상 스트리밍이 쉬워졌습니다. 온라인 콘서트가 미래 콘서트의 대안이자 K팝의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일부 제한된 영역에만 한정됐던 AR, VR이 더 넓은 범위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