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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뉴스레터] 英 옥시텍社 하이든 페리 CEO 인터뷰…"모기는 물론 해충, 조류독감도 없애겠다"

혁신전략팀 | 2014.07.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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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옥시텍 페이스북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야. 적막 속에 들려오는 작은 모기 울음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적이 있다면 누구라도 한번쯤 '모기 박멸의 길은 없는지' 상상해 봤을 것이다. 특히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노출된 지역이라면 상상을 넘어서 간절한 소망이 될 법하다.

인류의 오랜 상상과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10여 년 동안 몰입한 혁신적인 바이오 기업이 있다. 옥스포드대 동물학과 출신 3인방이 모여 만든 옥시텍(Oxitec)이다. 런던에서 30분 떨어진 애빙던시 옛 산업단지 건물 한 켠에 둥지를 튼 작은 회사이지만 뎅기열 바이러스 전달자인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의 박멸이 가능한 유전자 조작모기(GM모기) 생산 기술로 유명하다.

GM모기는 모기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유전자 조작으로 품은 모기다. 야생에 방출된 수컷 GM모기가 야생의 암컷들과 교미하면 이 단백질의 작용으로 새끼가 성체가 되기 전에 사멸되는 프로세스다.

2010년에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케이먼제도에서 실험을 실시한 결과 3개월 내에 야생모기 개체수가 80%나 줄어들었다. 세계 최초의 GM모기 야생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브라질, 파나마 등 열대기후대에 속한 지역의 보건당국과도 손잡고 실험을 벌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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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옥시텍 페이스북
하지만 '유전자 조작'이라는 단어에서도 느껴지는 자연생태계 교란 가능성 때문에 환경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미국도 플로리다 지역에 창궐하는 뎅기열을 막기 위해 GM모기 방출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에 아직 결정을 못 내리는 중이다.

반대의견은 유전자 변형 모기가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모기를 먹고 사는 박쥐같은 토종 동물을 굶주리게 해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뎅기열 바이러스를 전하는 이집트 숲모기가 완전히 없어질 경우 더욱 치명적인 뎅기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과학계, 비즈니스계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제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친환경 해충박멸기술로 인식하는 시각이 강하다. 이 같은 목소리가 반영돼 옥시텍은 올 해 3월 영국바이오과학연구기금재단(BBSRC)으로부터 2014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선정돼 연구기금을 받았다.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뚝심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 해충과 바이러스 박멸 관련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환경단체 중심의 반대론에 밀려 '고려해볼 만한 기술'을 내놓은 실험적 스타트업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 이에 대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애빙던을 찾아 CEO인 하이든 페리(Hadyn Parry)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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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페리 옥시텍 CEO


l 솔루션이 혁신적이기도 하지만, 분명 실패했을 경우의 자연 생태계 교란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항상 논란은 있게 마련이다. 옥시텍 창업 당시부터 유전자 조작 식물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줘야 할 것은 식물의 경우 죽어도 조작된 유전자가 남는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GM곤충의 경우, 단백질을 통해 상위 포식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개체가 죽으면 그것으로 소멸된다. 따라서 유전자 전이에 따른 생태계 교란은 없다. 이건 분명한 과학적 사실이다”


l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조작된 유전자에 색체를 투여한 후, 어떻게 움직이나 모니터링했다. 수많은 실험 결과는 하나를 가리킨다. 우리가 조치한 유전자는 다른 개체로 결코 전이되지 않는다.”


l 그럼에도 살아남은 개체들도 있다는 보고가 있다.
“살아남은 경우는 조작된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다. 이 경우는 그냥 일반 모기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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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옥시텍 페이스북

l 창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상업화의 길로 가기보다는 아직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장 전략 상 문제는 없는가?
“2002년 창업 이후 2008년까지는 실험실 스타트업으로 남아 있었다. 수많은 실험을 통해 정말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그만큼 생명공학을 통해 산업의 판도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다행히 우리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동조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재정적 어려움은 없다. 초기 자금을 투입한 옥스포드 캐피털, 프로젝트별로 투자를 진행해 준 빌게이츠 재단까지 우리의 혁신적 실험을 지지해 주고 있다.


l 과학자로서 과학에 밝지 않은 일반인들, 특히 실험 혹은 투입 대상 지역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떻게 해결했는가?
“소통의 중요성은 비단 우리 뿐 아니라 기술 스타트업, 특히 와해성 혁신기술을 갖춘 모든 스타트업에게 중요하다. 우리는 최고 책임자의 투명한 직접 소통으로 풀어냈고, 풀고 있다. 예컨대 미국 플로리다에서의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CEO인 나와 CSO(Chief Scientific officer)가 소통의 최 전선에 선다. 특히 CSO는 과학저널을 중심으로 하고, 나는 PR의 전면에 선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의 전달이다.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다 받아서 성실히 사실만을 전달해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충실히 정보를 전달한다. 미디어에서 논쟁을 벌여서 우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성실히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더욱 우리의 기술에 대한 확신이 높아져 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우리 기술에 의한 결과가 무엇인지도 알아, 오히려 더 빨리 우리의 지지자가 늘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때문에 나는 타운홀 미팅(이해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격의 없이 만나는 면담)을 선호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다. 스타트업 CEO라면 항상 솔직해야 하고, 결코 논쟁을 피해서는 안된다.”


l 빌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앞서 말했던 커뮤니케이션 전략 덕분이기도 하다. 케이만제도에서의 프로젝트가 논쟁을 불러일으켰을 때 성실하게 모든 논쟁의 자리에 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교수가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의했다. 친환경 생명공학 커뮤니티에서 빌게이츠만큼 유명한 앤서니 제임스 교수였다. 그의 명성 덕에 빌 게이츠 재단이 펀딩한 펀드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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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옥시텍 페이스북

l 전문가 커뮤니티로부터의 명성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특히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전 세계 곳곳에 모여 있는 관련 기술 전문가, 지역 전문가 커뮤니티와의 연계, 정보 공개,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적 완결성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들을 통해 전 세계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과 연계도 가능하다.


l 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은 확보했지만, 그래도 상업적 성공은 중요하다. 어떻게 성장해 나갈 계획인가?
“GM 곤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많다. 하지만 인류의 가장 큰 문제인 뎅기열에서 시작해 나라별 보건당국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성격상 열대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나라 중심의 글로벌화 전략의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 보건당국과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기념비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성공을 명성자산 삼아 모기부터 농업용 해충, 동물, 조류독감 등으로 솔루션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l 표준 선점 전략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오히려 국제기구의 표준을 얻는 것이 빠르지 않은가?
“표준 선점 전략이 맞다. 그러나 생명공학의 경우 상업화의 표준을 정해줄 기구는 없다. 국가별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경우든 하나의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지역 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크게 얻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다 쓰이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 성공에 따른 영향력이 큰 지역에 집중해서 우선 성공을 거두고 서서히 맞춰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맞는 전략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