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인간을 이긴 AI, '복잡계 연구'에 답있다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③<인터뷰>데이비드 크라카우어 산타페연구소장

산타페(미국)=김평화 | 2016.03.15 07:03

편집자주 |  먼 미래의 얘기로 들렸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은 이를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컨퍼런스 ‘2016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글로벌 석학들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인공지능, IoE (Internet of Everything· 만물인터넷), 로보틱스, O2O(오프라인 투 온라인)서비스가 ‘글로벌리제이션’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전 세계 4만km를 돌며 100개의 혁신기업을 취재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법도 모색했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우리 기업들을 위한 ‘비법’을 공개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맞붙은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풀지 못한 복잡하고 차원 높은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구글은 이미 이런 문제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미디어의 글로벌 컨퍼런스, ‘2016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이 이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해 줄 세계적인 연구소를 찾았다. 32년 전부터 ‘복잡계 연구’를 해 왔고 이 분야에서 세계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미국 뉴멕시코주 소재 산타페연구소(Santa Fe Institute, 이하 SFI)다.(다른 한 곳은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다.)

복잡계 연구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무질서하게만 보이는 정치, 사회,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해 대응하는 게 목표다. 예를 들면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의 금융위기는 왜 발생했는가?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원인 등에 대해 해답을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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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크라카워 산타페연구소 소장은 "산타페 연구소의 비전은 변화하는 세상 또는 복잡계 안에서 규칙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SFI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머레이 겔만 (Murray Gell-Mann)과 필립 앤더슨 (Phillip Anderson),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Kenneth Arrow)가 1984년에 세웠다. 복잡한 현상을 분석하려다 보니, SFI 역시 고도의 컴퓨팅 능력이 필수다. 인공지능이 발전한다면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실제 SFI는 구글, IBM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연구소장을 만나 협업하는 기업들의 미래 관심사와 연구 방법론을 들어봤다.

-최근 컴퓨팅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연구에 도움을 줬을 것 같다.
▶그렇다. 특히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덕에 많은 시간을 들여도 풀지 못했던 숙제들을 더욱 빨리 해 치울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인간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기자들이 좋아하는 예를 들면, ‘행동경제학’에서 더 정교한 해석이 가능해졌다. 고전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면서도 이기적으로 가정하는데, 어떤 상황에선 이타적인 모습이 나올 경우도 있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더 많은 실험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기업이 인센티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법도 알아볼 수 있다. 다만 그로 인해 더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초연결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의 경제학에서 볼 수 없었던 경제활동 패턴이 글로벌 차원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이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글로벌화 앞에 국경도 무의미해 진 것 같다.
▶SFI는 순수 융합과학 연구기관이어서 산업이나 기업의 전략에 대해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와 협업하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인류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문제 중 미해결된 문제를 서비스화하는데 관심이 높다.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고, 데이터의 교류가 더 많아지면서 인류의 삶이 어느 정도 동조화된 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로 인해 지역을 넘어 세계로 스케일을 키워야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의 사업이 의미가 있게 됐다.

-그들의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당장 서비스와 관련이 없더라도, 어떤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 좀 더 많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을지를 알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스마트 도시에 대한 연구를 할 때 단순히 정보기술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도시에서 삶이 최적화 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 결국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파고 들게 되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선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까지 탐색하는 작업이 된다.

-혁신 아이디어를 위한 상상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아닌가?
▶단순히 상상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 최종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지를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창조(invention)와 혁신(innovation)은 다르다. 무언가를 발명하는 게 아니라, 약간 비틀어서 모든 인류에게 필요한 사용처를 찾는 것이 혁신이다. 초기에 시간이 들더라도 그런 기초 설계를 해야 빠르게 스케일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복잡계 연구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개념(concept)’ 개발이다. ‘개념’이란,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틀이다. 앞서 스마트 도시 사례를 생각해 보자. 흔히 굉장히 빠른 통신네트워크,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연결된 최첨단 도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우리 파트너는 최첨단 기술 도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정 인류를 위해 더욱 나은 삶을 주는 것인지를 찾는다. 근원적인 개념에 포커싱하는 것이다. 때문에 친환경성, 지속가능성, 적정 인구규모, 적정 기술 등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한 연구를 한다. 종합 그림이 나오면 현재 기술, 제품, 서비스를 연계시켜 업그레이드하려는 듯하다. 여기엔 생물학, 물리학, 생태학, 경제학, 경영학, 심지어 인류학까지 함께 녹아 들어야 한다.

-최근의 ‘개념’ 개발이 기술발전의 측면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은?
▶반드시 결과물을 디지털 코드화한다. 초기 개발된 ‘개념’은 컴퓨팅을 위한 코딩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새로운 개념’은 곧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볼 수 있다. 연구소의 자체 연구도 컴퓨터 엔지니어와 수학자가 반드시 참여한다. 앞으로 경계를 넘는 협업으로 혁신의 성과를 낼 때, 엔지니어와 수학자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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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페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