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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처럼 알고리즘으로 '맞춤약' 생산, 제약산업의 미래는...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⑤<인터뷰>토드 골드만 비나테크놀리지스 COO

멘로파크(미국)=하세린 | 2016.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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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위치한 비나테크놀리지스 본사 안. /사진=하세린 기자

인간의 유전체(게놈)는 미지의 세계이자 생명정보의 보고다. 아직 규명하지 못한 유전자의 종류와 기능을 밝혀 낸다면 개인과 인종 간, 환자와 정상인 간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 진단과 난치병 예방, 신약 개발, 개인별 맞춤형 치료 등에 이용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학계와 의료계, 제약업계는 경쟁적으로 게놈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과학분석 소프트웨어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도를 보장하면서도 결과를 빠르게 낼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은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게놈 분석의 정확성과 속도를 무기로 이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업이 있다. 미국의 비나테크놀리지스(Bina Technologies)가 그 주인공.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가능케 한 알고리즘을 이용, 탁월한 분석력을 발휘한 비나는 2014년 스위스 거대 제약회사 로슈에 인수됐다.

창업자인 나가스 아싸니 등 임직원들은 그대로 남아 지금도 소프트웨어 성능개선과 사용처 확산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토드 골드만(Tod Goldman)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만나 비나테크놀리지스가 포착했던 기회 영역과 그것을 사업으로 연결시 켜낸 접근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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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골드만(Tod Goldman) CIO(최고운영책임자)는 "더 좋은 약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 약이 개별 환자에게 잘 맞는지까지 진단을 하게끔 하는 것이 비나가 하려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하세린 기자<br>

-유전자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유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 분야는 그동안 비어 있었다. 인류는 유전자 연구를 통해 암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뛰어든 거대 제약사들조차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것은 연구 과정에 도움이 되는 좋은 분석 도구를 손에 쥐지 못한 탓도 컸다.

-여러 소프트웨어 중 비나의 기술이 지닌 차별점은?
▶분석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이룩한 최적의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통섭적으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는 주로 엔지니어가 설계했다. 오픈소스라 많은 사용자들이 성능개선에 힘을 보탰지만 발전은 느렸다. 우리는 수학자와 빅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생명과학자, 생물학자 등이 처음부터 모여서 최적의 값을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원스톱으로 설계했다. 그것이 차이다.

-성능 면에서는 어떤가.
▶다른 소프트웨어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 속도는 8배 빠르다. 10개의 완전한 게놈을 분석하는데 8~24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번에 수 만 개를 분석하려 한다면 다르다. 우리는 이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2014년 로슈에 인수됐다.
▶우리 기술은 (인공지능처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더 진화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보를 얻는 쪽도 마찬가지다. 로슈는 비나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시그니처(Signature Diagnostics)라는 이름의 회사를 인수했다. 시그니처는 암환자 2만5000명의 게놈을 4~5년간 지속적으로 관찰해 게놈 샘플을 수집해 분석하고 그들이 받는 치료도 함께 들여다 본 회사다. 우리는 이들의 성과와 함께 더 향상될 것이다.

-개인맞춤형 약(personalized medicine) 개발을 표방한다고 들었다.
▶정확하게는 고객사가 개인의 질병에 더 안성맞춤인 약(precision medicine)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환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5가지 약을 처방할 수 있다면, 게놈 자료를 살펴 보고 그 중 가장 잘 듣는 약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제약 산업은 이런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보다 나은 헬스케어는 더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에게 맞는 약을 처음부터 제공할 수 있다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제약사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이는 선한 목적이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내는 사례 중 하나다.

-비나테크놀리지스가 제공하는 또 다른 가치가 있다면.
▶분석 절차의 체계적 관리다. 우리는 게놈 데이터계의 전사적 자원관리(ERP)라고 할 수 있다. ERP가 제조과정을 관리하는 것처럼 비나의 소프트웨어는 게놈의 분석 절차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관리(manage)하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약이 개발됐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쳐보자. 그러면 과거 실험 결과를 다시 보고 싶을 텐데, 그 데이터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나의 기술이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첫번 째로 떠오르는 분야는 농업에서 씨앗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이다. 로슈는 인간 게놈을 통한 제약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른 적용 분야도 많다.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기회를 찾을 것인가?
▶진단분야다. 환자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ASSAY(어세이)라고 불리는 화학제품을 첨가해 게놈의 특정 부분만 부각시킨 후, 분석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더 좋은 약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 약이 개별 환자에게 잘 맞는지까지 진단을 하는 게 비나가 하려는 일이다.

-이미 퀘스트(Quest Diagnostics)가 진출해 있는데 이 진단 분야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는 건가.
▶모기업 로슈는 임신 진단기 등 이미 진단 테스트 시장에 진출해 있다. 우리는 제약 업계가 단순히 화학적인 부분으로만 설명되던 시대는 갔다고 본다. 환자에게 보다 더 효과적인 약을 만들기 위해 분석 알고리즘을 어떻게 더 개선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로슈는 이제 제약회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화학적인 부분과 함께 컴퓨터 분석이 합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야 더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제약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즉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게놈 분석이 빅테이터를 만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