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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이란 무엇인가

[2016 키플랫폼 특별기고]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대표

페리 하 | 2016.03.30 03:2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에선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산업과 기업경영 환경을 조망할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한국의 모바일·소프트웨어 분야 등에 투자하고 있는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대표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을 소개한 기고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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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하 드래이퍼 아테나 창업자
2012년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자동차 '모델S' 출시 초기 오너 드라이버 중 한 명이었던 내 친구는 당시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된 차를 운전한다는 것을 매우 기뻐했다. 모델S는 최첨단 기술과 매끄러운 디자인, 빠른 가속 능력 등 그가 원했던 모든 것을 갖춘 자동차였다.

그러나 차를 산 지 일주일 만에 차 문 손잡이 하나가 고장났다. 순간 많은 고민이 스쳐 갔다. 바쁜 일정에 어떻게 시간을 할애해 딜러에게 차를 가져갈지, 렌트카는 어떻게 빌려야 할지, 수리 후에는 어떻게 차를 받아야 할지 걱정돼 며칠 동안 딜러에 연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테슬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조금 전 고객님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그리고 왼쪽 뒷문 손잡이도 수리했습니다. 테슬라의 고객이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고장난 손잡이는 수리돼 있었다. 테슬라는 어떻게 고장 사실을 알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원격으로 수리를 할 수 있었을까.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 가솔린을 사용하지 않는 100% 전기차를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중개 채널에서 벗어남으로써 산업을 와해시켰다.

테슬라는 딜러망이 없다. 그동안 자동차 구매자들은 딜러들과 가격을 흥정했지만 테슬라 구매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해진 가격으로 자신에게 맞는 옵션을 정하는 '맞춤형 주문'을 할 수 있다. 차를 산 뒤 수리가 필요할 때도 딜러에게 가져갈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해 수리할 수 있다.

테슬라의 초기 모델들은 운전자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전기차라는 특성을 고려해 엑셀러레이터를 밟아야만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테슬라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앞으로 가는 '크립'(CREEP) 기능의 솔루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단 한 대의 리콜도 없이 소트프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차량들에 적용시켰다.

이제는 '크립' 기능이 옵션(option)이 돼 운전자 마음대로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테슬라의 수많은 혁신 사례 중 일부일 뿐이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여러 다른 분야의 교차 지점에서 일어난다. 테슬라 전기차는 IT(정보기술)와 자동차 산업의 장점을 가져와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여러 IT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아니라 네 바퀴를 달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테슬라의 본사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마트폰 등에 이용된 실리콘밸리 최고의 혁신 성과들을 입고 있다. 그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만든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을 낳았다.

만약 테슬라가 디트로이트에 있고 거기서 인력을 채용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파격적인 개념의 자동차를 선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