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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실리콘밸리' 모여보니…"누이좋고 매부좋고"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 <인터뷰> ⑪ 아루트 데 크루크 로보밸리 프로그램 매니저

헤이그(네덜란드)=김평화 | 2016.04.01 06:46

'로봇산업의 실리콘밸리'. 로보밸리는 스타트업 요람이라는 명성을 얻은 실리콘밸리를 롤모델로 세웠다. 로봇산업 분야의 생태계를 구축해 차세대 로봇 개발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로보밸리는 로봇산업 내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로봇산업의 중요한 세 축인 정부와, 기업, 연구인력을 한 곳에 모았다. 차세대 로봇을 함께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장)을 만든 것이다. 연구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 델프트기술대학교에 자리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보는 모이면 모일수록, 그 범위가 커질수록 좋다는 게 로보밸리의 신념이다. 비슷한 분야의 기업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는 실리콘밸리가 형성되기까지 40~50년이 걸렸다. 로보밸리는 이같은 생태계를 설립 3년 내 완성하는 게 목표다.

특히 로봇산업 연구에서는 학제 간 교류가 필수다. 컴퓨터과학과 기계공학은 물론 철학 등 인문학도 고려돼야 할 영역이기 때문이다. 로보밸리에서는 학자들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이뤄진다. 여기에 기업이나 정부의 자금이 지원되며 곧바로 개발된다. 개발된 신기술은 곧바로 교육으로 이어진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2월 로보밸리를 방문, 아서 드 크룩 로보밸리 프로그램 매니저로부터 로보밸리가 구축하고 있는 산업생태계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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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트 데 크루크 로보밸리 프로그램 매니저/사진=김평화 기자

- 어떻게 설립됐나.
▶ 바이오로보틱스 전공 교수와 사업가 출신의 설립자 2명이 의기투합해 로보밸리를 구상했고 2014년 델프트기술대학교에서 시작했다. 연구인력과 기업, 정부, 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기업이 풀고 싶은 문제가 있으면 로보밸리에서 함께 연구해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 정부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로봇 연구를 이곳에 맡긴다. 연구자들은 비용걱정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다. 또 로봇산업은 원래 정보교류가 수월치 않은 분야다. 로봇 스타트업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다.

- 비전이 있다면.
▶ 로보밸리의 비전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삶이다. 로봇이 인간의 생존(일자리 등)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로봇이 인간을 더 편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로봇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영화도 있는데.
▶ 로봇이 안정적으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컨트롤해야 한다. 로보밸리의 연구원들은 이를 제어할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로봇이 걷는 것, 배우는 것, 동작, 정보 처리 등 모든 것들이 알고리즘으로 시스템으로 컨트롤된다.

- 대학 캠퍼스 안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나.
▶ 학제 간 연구를 위해서다.더불어 대학 캠퍼스 안에 있기에 다양한 학문 간 교류가 이뤄진다. 물리학, 생물학은 물론 윤리 등 인문학적 측면까지 함께 고려된다. 다양한 분야의 16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차세대 로봇개발을 위해 헌신한다. 이곳에서 성장한 많은 연구인력들이 개인 소유의 회사를 시작했다.

- 로보밸리 회원사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 지식을 공유하기로 동의한 회원사들은 로보밸리에 모여 지식을 공유한다. 누구에게든 열려있기 때문에 회원사들은 새로운 정보에 쉽게 접근하며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자금을 댈 수 있는 정부나 대기업들이 로보밸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문가와 기업의 거리가 줄었다는 의미는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활발해졌다는 의미다. 연구원들은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이슈를 연구하기 위해 기업의 피드백을 활용한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로봇산업 혁신 촉진을 자극하기 위해 재무적으로 기여한다. 로봇 혁명은 기술영역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도 변화시킨다.

-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설명해달라.
▶로보밸리는 글로벌 리딩 로봇산업 허브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기업이과 정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를 활용해 연구진과 자금이 부족한 로봇분야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21억유로)를 받기로 했다. 현재는 일단 네덜란드 지역 로봇 업체들 위주지만 글로벌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실리콘밸리보다 쉽고 저렴하게 전문인력을 구할 수 있어서 로봇분야 리딩 업체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엔지니어 인건비가 실리콘밸리의 3분의1 수준(시급 50유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