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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벤처캐피털(VC) 키든(Keadyn)의 톤 반트 누르덴트(Ton van't Noordende)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이 하려는 일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투자자가 중요하다"며 VC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
네덜란드의 벤처캐피털(VC) 키든(Keadyn)의 톤 반트 누르덴트(Ton van't Noordende·사진) 공동대표는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존 방식대로 투자하면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키든은 부동산과 핀테크, 전자상거래 솔류션 등 기술 기반의 초기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VC다. 네덜란드에서 VC가 운영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게 키든의 미션이다. 누르덴트 공동대표는 "스타트업도 똑똑한 자본을 투자받고 싶어하기 마련"이라며 "세상엔 '멍청한 자본'(dumb capital)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위워크'(WeWork) 사무실에서 누르덴트 공동대표를 만나 네덜란드 VC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키든만의 투자 방식이 있다면.
▶다른 VC들처럼 투자자들의 돈을 굴려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스타트업들 100% 투자를 한다. VC들은 스타트업에 '스케일업'(scale up)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스케일업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그래서 키든은 자체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투자 단계 이후 마케팅이나 영업·재무·회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스스로 스케일업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 네트워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전통적인 엑셀러레이터들은 아이디어 단계의 회사를 키워준다. 멘토들이 있지만 솔직히 이 단계에서의 멘토들은 가장 좋은 멘토가 아니다. 보상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멘토를 붙여줄 수 없다. 스케일업 단계에서부터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결과를 낼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멘토들에게 보상을 해 준다. 스타트업이 '엑시트'(exit)를 할 때 멘토들이 일정한 보상을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우리가 30%를 가지면 이중 5~10%는 멘토들 몫이다. 그래서 뛰어난 사람들만 모인다.
-뛰어난 전문가들은 어떻게 모으나.
▶VC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키든은 적어도 네덜란드에서 브랜드를 홍보하는 유일한 VC다.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유럽에서는 홍보를 별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콘퍼런스의 패널로도 많이 참여하고, 경연대회에도 많이 참여한다. 스타트업들을 위한 '피치 데이'(pitch day)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일방적으로 피치하는 게 아니라 쌍방향이다. 현재 키든이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9개 중 4개는 피치 데이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우리를 찾아오는 스타트업들을 단번에 거절하지 않는다. 이들을 우리 시스템에 포함시켜 피드백을 주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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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무실 공유 서비스 위워크(We Work)의 공동 공간. 키든은 이곳에서 사무실 한자리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사진=하세린 기자 |
-스타트업에 대한 심사와 투자가 빠르게 이뤄진다고 들었다.
▶투자 여부는 다른 곳들이 3일 걸리면 우리는 2시간 내에 한다. 투자위원회(investment committee)도 없다. 그리고 펀드에 정부 자금이 없어 누구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다. 또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심사를 자동화했다. 미국 비지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자료를 자동으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터뷰 여부를 결정한다.
-키든이 직면한 어려움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네덜란드에선 비전문적으로 관리되는 비공식적 자본이 많다. 이들은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저해한다. 그래서 똑똑한 투자를 하고 똑똑한 투자를 받기 위한 더 많은 지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집어 삼키는 일도 있다. 법보다는 교육의 문제다. 처음부터 창업자들을 기업가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 네덜란드 안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려면 이 교육이 꼭 필요하다.
-네덜란드 VC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조만간 대형 VC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선 브랜드 파워가 있는 1~2개의 VC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VC들은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네덜란드 VC들은 미국 VC들과 규모 차원에서 상대가 안된다. 그때까지 키든이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서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투자금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믹스매치'(mix-match) 자본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본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창업자를 위한 커뮤니티,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엑시트를 하면 이들이 다시 키든에서 투자자가 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선순환이 일어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 키든과 같이 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9개다. 올해 최소 8개 스타트업에 더 투자해 최대 2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