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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는 무조건 후불" 스웨덴이 스타트업 키우는 방법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인터뷰> ⑮ 페르 뱅손(Per Bengtsson) 웁살라혁신센터(UIC) CEO

웁살라(스웨덴)=하세린 | 2016.04.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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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 뱅손 웁살라혁신센터(UIC) CEO(최고경영자)는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비즈니스 컨설팅과 경험 많은 선배들의 조언이었다"며 "이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웁살라 과학단지. 바이오테크 부문 강자인 웁살라대학과 정부 기관, 관련 업계가 모여 있는 이곳에 유럽 인큐베이터의 혁신모델로 꼽히는 웁살라혁신센터(UIC)가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인큐베이터 평가기관인 UBI글로벌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UIC는 대학 연계 인큐베이터 가운데 전 세계 10위, 유럽 5위로 꼽혔다. UIC 프로그램 출신 기업 10개 가운데 9개가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UIC가 설립될 때 받은 자금 대비 UIC가 배출한 스타트업들이 낸 세금은 지난해 13.1배를 기록했다. 그만큼 UIC가 스웨덴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다.

UIC는 스타트업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거나 행정업무를 지원해주진 않는다. 스타트업들이 필요로 하는 경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게 UIC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물을 사주는 게 아니라 고기떼가 자주 나타나는 곳은 어디며 언제, 어떤 미끼를 써야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UIC는 스타트업들을 키워주지만 다른 인큐베이터들과 달리 지분을 갖지 않는다. UIC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은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위한 것이지 UIC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란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이 최근 페르 뱅손(Per Bengtsson) UIC CEO와 만나 유럽형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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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웁살라혁신센터(UIC)의 CEO 페르 뱅손과 공보담당인 스티나 토르, 대외협력 담당인 마이클 카미즈. 카미즈의 경우 UIC에 입사 전 비즈니스 코치로 3년간 일했다. 비즈니스 코치들은 대부분 50~60세인데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일정 시간을 내 창업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사진=하세린 기자

-UIC 모델 운영방식이 독특하다.
▶UIC는 한해 약 100개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일한다. UIC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어떤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지 결정한 이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은 UIC의 네트워크에 포함된 전문가들의 코칭을 받는다. 스웨덴의 대표 기업들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즈니스 코치들로부터 2년 동안 일주일에 최대 8시간씩 코칭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 코치 제도가 궁금하다.
▶1999년 처음 설립됐을 때 UIC는 전통적인 인큐베이터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4년 시스템을 완전히 전환했다.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설비일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비즈니스 컨설팅과 노하우 전수였다. 그래서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다. 경험이 풍부한 CEO급 임원 70명이 UIC 네트워크에 소속돼 스타트업들을 도와준다. 어느 코치가 적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추적하는 것도 UIC의 주요 업무다.

-코칭 비용은 무료인가.
▶아이디어를 가다듬고 어떤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지 결정하는 초기 단계는 모두 무료다. UIC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의 경우 스타트업들은 엑시트한 뒤 코칭 비용을 갚으면 된다. 그 전까지 UIC가 코치들에게 급여를 주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코칭 비용을 낼 필요없다. 만약 스타트업이 엑시트하지 못하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많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갚는 경우가 98%다. 이는 UIC의 지원에 진심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만약 투자한 스타트업이 도산한다면 전적으로 우리 손해다. 찾아가서 돈을 달라고 하진 않는다.

-UIC의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UIC는 웁살라 지방정부와 STUNS(웁살라 지방정부의 혁신 시스템을 총괄하는 기관), SLU 홀딩, 웁살라대학이 각각 25%씩 소유하고 있는 비영리재단이다. 이들이 UIC의 소유자이지만 이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 파트너들이 재정 지원을 한다. UIC 이사회는 금융권과 로펌, 지적재산권 부문 등 스타트업들이 조언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각각 2개 기업만 선별해 UIC 파트너를 뽑는다. 이들은 스웨덴의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다. 현재 12개 분야에서 24개의 파트너사가 있으며 파트너가 되기 위해 대기중인 기업들도 있다.

-어려운 점은 없나?
▶성공적인 팀을 구성하는 게 어렵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을 때 관련 지원 팀을 구성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투자자(파트너사)들에게 스타트업들의 잠재력을 설득해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매년 우리를 지원해줄 수 있는 자금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UIC는 재정의 약 60%가 UIC 파트너사 등 민간에서 나오는데 이는 스웨덴 엑셀러레이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UIC의 글로벌 전략은.
▶UIC 프로그램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특허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뭔가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사업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스웨덴은 내수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1일차부터 글로벌화를 생각해야 한다.


UIC는 스웨덴 스타트업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한국의 스타트업 관련 센터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각자 시장에서 어떻게 실수를 줄이고 연착륙을 할 수 있는지, 각 문화권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제품을 설명하는지까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