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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빅데이터로 메르스 막을 수 있었는데..."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인터뷰-17>팀 로슈 어웨어포인트(awarepoint) CEO

샌디에이고(미국)=정진우 이은지 | 2016.04.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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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바레인을 다녀온 60대 남성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는 이 남성을 통해 삽시간에 전파됐고, 6월1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천명이 격리 조치됐고, 대한민국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웠다. 11월25일 마지막 환자(38번째)가 사망했고, 한달 후 메르스 사태는 끝났다. 치사율 20.4%.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사태로 기록됐다.

메르스 최초 환자는 확진 판정까지 16일 동안 자유롭게 생활하며 주변인들과 접촉했다. 메르스가 전염되는 사이 우리 의료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물살이 거세게 일고 있는 미국엔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이 있다. 환자의 위치파악은 물론 그가 접촉한 사람과 물건까지 정확히 알려준다. 전염병에 대한 초동대처가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다.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 있는 위치확인 서비스 기업 어웨어포인트(awarepoint) 얘기다. 이 회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비스 대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현재 의료기관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 등의 위치와 움직임, 경로 등을 파악한다. 만일 환자가 전염병 판정을 받는다면, 그의 동선과 접촉했던 사람 등을 빅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140개 대형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이 회사 본사에서 팀 로슈(Tim Roche)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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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슈 어웨어포인트 CEO

- ‘위치확인 서비스’가 생소하다.
▶ 우리는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실시간 위치확인 서비스) 사업을 한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사람 등 실시간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통해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병원 등 의료 시스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의사나 환자, 그 가족 등의 움직임을 실시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 병원에서 위치를 추적할 필요가 있나.
▶ 미국의 대형병원은 너무 커서 환자 등의 위치를 알기 힘들다. 방문자와 환자의 위치는 파란색 점으로 표시해 확인할 수 있다. 또 병원에 있는 고가의 장비에 ‘RTLS’ 태그를 붙이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장비의 정돈 상태도 점검할 수 있다. 장비 정돈 상태가 깔끔하지 않으면 ‘알림’ 메시지가 뜬다.

- 병원관리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 같다.
▶ 그렇다.병원내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피를 보관하는 온도나, 장비 작동에 필요한 온도 등을 체크할 수 있다. 또 수술을 위한 스케줄 관리를 해준다. 수술을 위해선 약속된 시간에 모든 장비와 의사, 간호사, 마취사 등이 정확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스케줄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전 미리 관련자들에게 공지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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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관리에도 효과가 큰가?
▶ 우리 서비스의 핵심은 환자관리다. 환자 등 병원 방문자에겐 태그(위치추적기)가 부착된다. 환자가 검사를 받은 후 30분이 지나 전염병에 감염된 것을 알게 됐다면, 우리는 그 환자가 사용한 기구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알 수 있다. 이 병이 퍼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 한국에서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서비스가 있었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
▶ 물론이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을 막는 도구로 아주 유용했을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누락하지 않고 일일이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 병원 이외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 우리 서비스는 장비 관리가 필요한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디즈니랜드를 생각해보자. 전세계에서 가장 넓은 놀이공원에서 가고자 하는 위치를 찾기란 힘들다. 또 누군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럴 때 길을 찾고, 잃어버린 사람도 찾을 수 있다. 당신이 미키마우스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생일 파티를 해주고 싶다고 할 때, 디즈니는 당신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미키마우스를 그곳에 보내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다.

- 어웨어포인트의 비전을 듣고 싶다.
▶ 어웨어포인트는 아직 규모가 작다. 직원수도 85명밖에 안된다. 우리 기술 플랫폼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확장 할 수 있다. 현재 호주와 싱가포르 등에서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을 만나면 우리 영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의료기술에 특화한 서비스가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건강관리 생태계(Healthcare eco-system)를 구축하고 싶다. 환자의 경험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영역도 개발해 의료 시스템에 도움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