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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아빠들은 육아휴직 평균 100일 써요"

[2016 키플랫폼: 특별 인터뷰]니클라스 러프그렌 (Niklas Lofgren) 스웨덴사회보험청 수석고문

하세린 | 2016.04.0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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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러프그렌 스웨덴사회보험청 수석고문은 "많은 시민들도 스스로가 결정하기를 원하지 제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번도 남성들이 나서서 우리는 육아휴직 60일을 원한다, 90일을 원한다고 요구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는 모두 용감한 정치인들이 누가 뭐라고 하든 해낸 결과"라고 말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국회의원의 44%가 여성이며 장관직 24개 가운데 절반이 여성인 나라. 북유럽 ‘워킹맘(일하면서 애 키우는 엄마)’의 천국, 스웨덴 얘기다. 스웨덴은 2006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세계 성 격차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단 한번도 4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지난 4일부터 방한 중인 니클라스 러프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Swedish Social Insurance Agency) 수석고문은 스웨덴 사회에서 성평등이 정착된 비결을 설계가 잘 된 육아정책에서 찾았다.

러프그렌 고문은 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육아휴직제도의 허점을 개선한 결과 워킹맘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정부 정책은 항상 잘못된 문제를 바꿀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1974년 스웨덴에 육아휴직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남녀가 이를 평등하게 나눠 쓸 수 있었다. 부모가 각자 일정 기간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이 본인 휴가분을 아내에게 몰아주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게 20년간 지속됐다.

러프그렌 고문은 “1995년에 30일을 부모 중 누구에게도 줄 수 없도록 했더니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며 “부모 각각에게 주어진 30일간의 ‘의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도록 했더니 아빠들도 최소 30일 만큼은 유급 휴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의무 육아휴직’ 기간은 2002년 60일, 올해부터 90일로 늘었다.

스웨덴에선 현재 부모가 한 아이당 총 480일(부부 합산)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390일 동안 월급의 약 80%를 정부로부터 받는다. 현재 스웨덴 남성의 평균 육아휴직(한 아이당) 이용일수는 100일을 넘는다. 부모가 총 180일의 ‘의무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나머지 300일을 평등하게 나누면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육아휴직제도가 생겨난 1974년 첫해 이용률을 보면 당시엔 99%의 육아휴직 수당이 여성들에게 지급됐다. 단 0.5%만 남성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41년이 지난 지금은 75%가 여성, 25%가 남성에게 지급되고 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소득세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물론 추가로 30%가 사회보장보험 운영을 위해 들어간다. 이렇게 거둔 세금은 많은 부분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데 투입된다.러프그렌 고문은 사회 안전망이 결국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겐 유급휴직 제도나 파트타임 제도, 어린이집 등만 있어선 안된다”며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전반적인 환경이 잘 조성돼 있어야 하고, 그게 사회 안전망이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부모가 내야 하는 어린이집 비용은 실제 가격의 10% 수준이다. 월 200스웨덴크로나(약 2만8000원) 선이다. 운영시간도 오전 7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다. 스웨덴 국민들은 보통 6시 이전에 퇴근하기 때문에 일과 양육 병행이 가능한 구조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과전 학교’와 방과후 학교가 있어서 일과 아이 양육을 동시에 하기가 더 수월하다.

스웨덴은 현재 전체 여성 75%가 일을 한다. 러프그렌 고문은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8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평균 근로시간의 75%를 일할 권리가 있다”며 “육아휴직제도를 더 개혁하고 부부가 더 동등하게 나눠 쓸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조사위원회가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한국의 현실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웨덴의 일반보험제도는 1913년에 도입됐고 지난 100년 가까이 진화돼 온 것”이라며 “하룻밤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일을 제대로 해야 하고, 정부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