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헨더슨 HBS 교수 "환경문제, 기업엔 돈 벌 기회"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 <인터뷰-30> 레베카 헨더슨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보스턴(미국)=김평화 | 2016.04.20 14:05

현재 세계 인구는 1950년에 비해 3배 증가해 70억명을 넘어섰다. 경제성장 속도는 더 빨랐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은 9배 이상 성장했다. 전 세계 수억명 인구가 조부모 시대에서는 상상조차 못했을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면도 있다. 수십억명이 굶주리고 있다. 가뭄은 예전보다 길어졌다. 재앙 수준의 홍수와 지진 빈도도 늘었다. 열대지역의 태풍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는 매년 상승세다. 폭염과 한파 뉴스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2100년까지 현존하는 생물의 절반이 멸종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40년 간 에너지 소비는 2배 늘었다. 앞으로 50년 간 3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배출량도 이에 비례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미국 보스턴 HBS(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방문, 지속가능경영 분야의 세계적 석학 레베카 헨더슨 교수를 만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을 들었다.

헨더슨 교수는 "그 누구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현재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 환경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와 물 부족, 천연자원 고갈 문제는 분명 위기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image
레베카 헨더슨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사진=김평화 기자

- 환경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 기업들의 수익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시스코(Cisco)와 유니레버(Unilever)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줄이면서 이익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공급체인이나 디자인, 브랜드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삶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다. 결국에는 환경을 고려하며 경제와 환경이 상생할 수 있게 돕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 환경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 요즘 기업들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고려한다. 빈곤·기아는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사기업들이 이런 사회적 이슈에 어떻게 공헌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건물을 짓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만, 건물 이용자는 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단기적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기업경영에서 지구가, 세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려도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목표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이 있다. 지속가능성은 전 인류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 물 부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빠른 조치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들의 조치가 인류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 어떤 분야가 경제발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는가.
▶ 최근 IT(정보통신)과 대체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글로벌화라는 엄청난 기회를 맞이했다.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 빅데이터와 글로벌화는 엄청난 기회다. 앞으로는 IT기술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구의 에너지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대형 오일 기업이 대체에너지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변화의 증거다. 지속가능성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IT와 대체에너지가 '키(Key)' 역할을 할 것이다.

- 성공적인 기업들은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 20년 간 성공적인 기업들을 연구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상당수의 기업들이 도덕적인 비전을 갖고 있었다. 헬스케어 분야의 기업들은 환자를 돌보는 것이 목적이다. 하이테크 산업은 실용적인 기기를 개발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한다. 재무적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도 마찬가지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한다. 이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있었다. 업무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고객도 안심시켜야 한다. 또 기회 식별에 남달랐고, 다른 경쟁자들은 간과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비용지출 등 위험을 감수했다.

- 기업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를 꼽아달라.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특정 기업의 사업계획을 시장에서 제대로 이해하면 장기적인 투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한 반대의 경우, 성공적인 사업 진행을 이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R&D(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시점의 투자를 주저하면 미래에 그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끔찍한 사례가 있다. 2005년 텍사스의 한 정유공장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장을 관리·유지했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15명이 사망했고, 170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장의 R&D 지출을 줄이는 것이 재무제표 상으로는 유리할 수 있다. 별다른 손실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언젠가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