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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파고' 만들 수 있다…'AI대중화' 물꼬 튼 스타트업 어디?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 <인터뷰-34> 리차드 소셔 메타마인드 창립자 겸 CEO

팔로알토(미국)=배영윤 | 2016.04.25 06:40

#혼자 사는 직장여성 A씨. 모처럼 이른 퇴근에 집밥을 먹기로 한다. 장을 보려고 마트에 간다. 하지만 집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무엇을 사가야 좋을지 모른다. 이때 A씨는 스마트폰을 연다. 스마트폰을 통해 냉장고 안을 살핀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냉장고가 무슨 음식이 들어있는지, 신선도와 칼로리까지 계산해 A씨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이어트 중인 A씨를 생각해 마트에서 어떤 재료를 사야할지 추천도 해준다. A씨는 냉장고가 알려준대로 빨리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AI와 IoT(사물인터넷)가 일상으로 들어온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이미지 인식 딥러닝 스타트업 '메타마인드'(MetaMind)가 그리는 미래이기도 하다. 메타마인드는 이미지는 물론 텍스트에 담긴 맥락, 감정 등 추상적인 개념을 컴퓨터가 스스로 인식하고 분류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머신 러닝의 한 분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높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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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소셔 메타마인드 창업자 겸 CEO. 소셔는 지난 4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메타마인드가 세일즈포스에 인수됐다고 밝혔으며 자신을 세일즈포스의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로 소개했다. /사진=하세린 기자
메타마인드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리차드 소셔(Richard Socher)가 2014년 설립한 회사다. 스탠포드대 근처 상점가 2층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15명이 일하고 있다. 설립 4개월 만에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와 클라우드형 고객정보 관리 서비스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등으로부터 약 800만 달러(약 92억원)의 초기 투자금도 받았다. 리차드 소셔의 논문이 학계(Arthur L. Samuel Best Computer Science PhD Thesis Award)에서 주목 받자 투자자들이 자연스레 러브콜을 보냈다.

최근 메타마인드는 초기 투자자인 세일즈포스에 인수됐다. 리차드 소셔는 메타마인드의 기술은 세일즈포스의 서비스에 통합되고 메타마인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음달 4일(현지시간)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로 유명한 스타트업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된 것과 비슷하다. 이제 고객 관리와 서비스 분야의 '알파고'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메타마인드' 사무실에서 리차드 소셔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우리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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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마인드 사무실 내부(왼쪽)와 리차드 소셔 CEO(오른쪽)/사진=하세린 기자
-메타마인드의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면.
▶이미지와 텍스트를 자동인식하고 분류하는 AI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지의 경우 부피를 가진 3D 이미지도 인식할 수 있다. 음식을 식별하거나 인터넷 쇼핑몰 웹사이트 구축시 상품 비주얼 작업에 활용되기도 한다. 의료 영상 분야에서도 이용한다. 우리 기술은 매우 일반적이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할 수 있다. 사업 3년차에 접어들다보니 핵심 고객도 생겼다. 그들에게 특화된 기술로 응용 가능하다.

-컴퓨터가 이미지를 스스로 구별한다는 건가.
▶컴퓨터가 스스로 추상적 알고리즘을 구체화시킨다. 구체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2D·3D 이미지를 구별한다. 사람의 뇌와 비슷하다. 어린 아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학습의 기간이 필요하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면서 스스로 그 언어의 패턴을 익힌다. 반복 학습을 통해 응용력이 생기고 해당 언어의 능력은 향상된다. 컴퓨터의 딥러닝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자동차 사진을 예로 들어보겠다. 처음에 BMW, 아우디, 테슬라 등의 제조사별로 자동차 이미지를 입력시킨다.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서 컴퓨터는 스스로 이미지 간의 패턴을 찾고 알고리즘을 만든다. 컴퓨터가 학습의 과정을 거치는 거다. 제조사가 불분명한 자동차 사진을 제시했을 때 로고, 그릴, 외형 디자인 등을 식별해 제조사와 모델명, 연식까지 알려줄 수 있다. 더 많이 학습시킬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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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마인드의 이미지 인식 기술은 2012년 국제 이미지인식기술대회 이미지넷(IMAGENET) 우승팀의 기술보다 월등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구글과 근소한 차이의 기술 정확도를 보인다./사진=메타마인드 홈페이지 캡처
-비슷한 딥러닝 스타트업이 많다. 메타마인드만의 경쟁력은 뭔가.
▶메타마인드 직원 대부분은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와 시각(vision) 관련 딥러닝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연구자들이다. 현재도 계속 자신들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 자동인식 및 분류 분야에서는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딥러닝'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미지 식별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와 같은 기업들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다. 실제로 내 주변의 똑똑한 친구들은 이 4개 회사에서 일하며 이런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인터넷 기업을 제외한 수많은 기업, 조직, 개인들의 상황은 다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각자의 고유 목적에 맞게,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 범용화시키는 거다. 메타마인드를 설립한 이유다.

-AI가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AI로 인해 업무는 효율적으로 변하게 될 거다. 단순한 작업들은 결국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화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과거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아마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많은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될 거다. 인공지능 자동차의 개발로 트럭 운전수라는 직업도 사라질지 모른다. AI가 초래할 어두운 면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한 또다른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지 않나. AI의 발달로 사람들은 고급 지식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