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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주4일 근무로 생산·효율성 높여야"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인터뷰-33> 니콜라스 애쉬포드 MIT 교수

보스턴(미국)=김평화 | 2016.04.25 05:30

2124시간.

2124시간.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일한 시간(2014년 기준)이다. 1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760시간, 우리 국민들은 하루도 안 쉬고 매일 6시간 동안 일을 했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다. 주5일 기본근무에다 야근, 당직 등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들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전세계는 지금 주4일 근로제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속속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의 생산성과 삶의 질이 높아지고 그 나라 경제도 이전보다 성장한다는 게 이런 연구의 골자다.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발표된 핀란드 산업보건연구소의 연구논문과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이 발표한 전 세계 6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한 나라의 GDP(국내총생산)도 증가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니콜라스 애쉬포드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기술정책학 교수(기술 및 법률 프로그램 디렉터 겸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근무시간 축소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그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근무시간이 비교적 적은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높다는 걸 근거로 내놓았다.

특히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엔 주4일 근무제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니투데이미디어의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K.E.Y. PLATFORM 2016)’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미국 MIT대에서 애쉬포드 교수를 만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애쉬포드 교수는 오는 28~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키플랫폼 행사에 강연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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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애쉬포드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기술정책 교수 및 MIT 기술 및 법률 프로그램 디렉터

-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사회에 어떤 변화가 올까.
▶ 사회를 유지하는 세가지 중요한 축이 있다. 피고용자(employment)와 환경(environment), 경제(economy) 등이다. 최근까진 셋 중 한 두개를 포기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인류는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화석 연료를 마구잡이식으로 소비했다. 노동자들에게는 감당 못 할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환경파괴를 외면하며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이 세가지 축이 상생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 멸망할 것이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 ‘4차 산업혁명’이란 게 결국 모든 경제 구조와 시스템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잠재력과 상상력, 창의력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에 산업구조와 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세가지 축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그런 변화에 대응할 좋은 방법이 있나.
▶ 주4일 근무제가 대안이 될 것이다.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일자리를 공유하면 실업률도 낮아진다. 덜 생산하기 때문에 덜 소비하고, 이는 여가시간 증가로 이어진다. 장시간 근로로 피폐해진 인간의 삶이 윤택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결국 경제는 성장한다.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인가.
▶ 그렇다.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팔면서 지불하지 않는 외부성을 갖고 있다. 근로자를 착취해 돈을 버는 기업들이 많다. 해당 기업의 지속엔 도움이 되겠지만 인류 전체에겐 해로운 일이다. 나쁜 짓을 해서 돈 버는 기업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 한국의 경우 그동안 장시간 근로가 경제 발전의 공식이었다.
▶ 직원들이 하루 12시간 일하면 기업이나 경제엔 이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들이 과로로 인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사고를 당할 위험에 빠지는 것에 대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다. 근로자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경제는 발전할 수 없고, 더이상 이런 공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중이다.
▶ 전 세계가 무역을 하면서 가격만 주목하고 있다. 환경과 피고용자를 신경 쓰면 가격이 올라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환경과 근로자를 무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변화가 있을 것이다. 환경과 근로자 등을 신경 써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다. 정부가 지속가능성과 노동자의 삶, 복지, 환경 등 모든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세계의 기술과 연구력이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세계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할 때다. 작은 기업들은 환경이나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경쟁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그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이나 규제, 보조금을 활용해 환경과 인권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