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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정책·기업규제 늘면 일본처럼 가라앉는다"

[2016 키플랫폼: 글로벌화 4.0]장상수 일본 아시아대 교수 특별강연 "日반면교사 삼아야 저성장 탈출"

신아름 | 2016.04.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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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수 아시아대학교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 플러그인 앤 토크 '세상을 바꾸는 알고리즘'에서 '잃어버린 20년'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극일'(克日, 일본을 이기다)하려면 '친일'(親日, 일본과 친하게 지내다)을 기반으로 '지일'(知日, 일본은 아는 것)해야 한다."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K.E.Y. PLATFORM 2016)'의 둘째날 행사에서 '잃어버린 20년-반면교사로서의 일본'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장상수 일본 아시아대학교 도시창조학부 교수가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일본을 제대로 공부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한 뒤 지난 2012년부터 올해로 4년째 일본 아시아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장 교수는 "현재 한국은 이성이 지배하는 경제 분야에서도 '반일'이라는 감성 논리를 내세우며 무조건적으로 일본을 배척하고 있다"며 "친한 사이일수록 고급 정보가 더욱 많이 공유된다는 이치를 상기해볼 때 일본을 제대로 알고 배워 교훈을 얻으려면 우선 일본과 친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이 일본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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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수 아시아대학교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 플러그인 앤 토크 '세상을 바꾸는 알고리즘'에서 '잃어버린 20년'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땜질식 정책', '공통의 목표 부재'는 日 재정 건전성 악화의 주범

장 교수는 1990년대 부동산 가격과 주가 폭락 등 '버블 붕괴'로 촉발돼 지금껏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저성장 기조가 정부의 근본 전략 없는 땜질식 처방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버블 붕괴 이래 1년에 한 번꼴로 총리가 바뀐 일본은 정책의 일관성 없이 선심성 복지 정책만 남발됐고, 이는 결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본의 근본 전략 없는 임시 방편식 정책 기조는 PDCA 중 'C'(Check, 평가)와 'A'(Action, 개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로써 일본은 사회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시대정신이나 공통의 목표가 수립하지 못했고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PDCA(Plan, Do, Check, Action)는 사업 활동에서 생산, 품질 등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P(계획)-D(실행)-C(평가)-A(개선)의 4단계를 반복해 업무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엔지니어 겸 통계학자인 월터 슈하트(Walter A. Shewhart) 등에 의해 유명해졌다.

장기화 된 불황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일본의 강점으로 꼽히던 최고의 조직력이 와해되고 보신주의가 만연하게 된 것 역시 일본의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했다고 장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일본 사회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실패 위험을 누구도 감수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혁신하지 못했다"며 "간혹 혁신 의지를 보였더라도 각종 규제와 제약들에 막혀 추진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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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수 아시아대학교 교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 플러그인 앤 토크 '세상을 바꾸는 알고리즘'에서 '잃어버린 20년'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 풀어 기업 지원하고 글로벌 인재 육성에 힘써야

장 교수는 이 같은 일본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지나친 매뉴얼화와 불합리한 규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경제를 이끄는 세 가지 축인 정부, 기업, 국민 중 유일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이라며 "결국 기업이 성장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만큼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을 완화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시·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없어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현 상황에서는 보다 열린 자세와 시스템을 갖춰야 혁신과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뉴얼화된 일본 사회 및 기업의 조직문화는 유수의 외국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됐고 일본의 글로벌화를 지체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 부분에서 한국은 그나마 일본에 비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사(HR)시스템 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재정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조속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