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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간 시너지'로 디지털 뱅킹 혁신 이끈 스타트업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5>마르타인 호만 파이브 디그리스 창업자 겸 CEO

배영윤 | 2016.05.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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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인 호만 파이브 디그리스 최고경영자가 4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분과세션에서 '금융업계의 세계화 및 디지털화와 차세대 고객'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우리에겐 5개의 학위가 있고 옳은 일을 하기 원한다."(We have 5 degrees so we want to be right.)

빠르게 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옳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네덜란드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 '파이브 디그리스'(Five Degrees)의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 마르타인 호만(Martijn Hohmann)이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 놓으며 한 말이다.

마르타인 호만 CEO는 창업 전에 은행에서 근무했다. 당시 그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IT 부서에서 이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조직 내부를 바꿀 수 없다면 새 회사를 만들어 은행에 도움되는 서비스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4명의 동료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금융 기술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회사의 이름은 한 코미디언이 TV쇼에 나와 "나는 5개의 학위를 갖고 있으니 내 말이 언제나 옳다"라고 농담으로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새 사업을 위해 모인 5명 모두 경제학, 컴퓨터공학, 법학 등 각자 서로 다른 '전공 학위'를 갖고 있었다. 고객을 위해 더 나은, 더 옳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미를 담아 '파이브 디그리스'라고 이름지었다.

2009년 5명의 멤버에서 시작한 회사는 어느덧 120명의 직원이 일하는 굵직한 금융 기술 회사가 됐다. 네덜란드 보험회사 '아혼'(Aegon)과 프랑스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 등 유럽의 세계적인 금융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 연사로 참여한 마르타인 호만 CEO는 특별취재팀과 만나 차세대 금융 시장에서 첨단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파이브 디그리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징은.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 최적화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인도의 큰 기업들이 만든 시스템은 비쌀뿐만 아니라 이제 더이상 새롭지 않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이 만든 플랫폼은 미래 금융 산업을 준비하는 은행에는 맞지 않다. 우리는 차세대 금융 기업의 니즈에 맞는 금융 플랫폼을 개발한다. 은행들이 고도로 발전된 환경에서 모든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민첩성'은 미래 금융 산업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금융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스크는 없나.
▶클라우드 시스템은 업계를 막론하고 핫이슈다. 외부업체가 주체가 돼 여러 기업이 공유하는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와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은행들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초기 구축 비용은 비싸지만 효율적으로 데이터 관리를 할 수 있으며 보안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다.

-현재 금융의 중심은 미국이다. 유럽 중심의 첨단 핀테크가 금융 산업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의 금융 기술도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까지도 '서류 작업'이 많다. 하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많은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됐다. 직접 지점을 찾아가서 해결해야만 작업은 디지털로 가능하다. 유럽으로 금융의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디지털 측면에서는 유럽이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래의 금융 시스템은 어떻게 변할까.
▶금융 산업은 굉장히 복잡하다. 이러한 복잡성을 줄이고 통제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업무 단위를 작게 쪼개면서 밸류체인(value chain)은 길어지고 단위별 연결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의 기업과 사업할 계획이 있는지.
▶한국은 금융 산업의 혁신을 꾀할 준비가 돼 있고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유럽과 같은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우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 파트너십을 맺을 의향이 있다.

-현재 B2B(기업간 거래) 사업만 하고 있다.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로도 확장할 가능성이 있나.
▶전세계 은행이 첨단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은행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B2C 사업 계획은 없다. 또한 기업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첨단 기술의 접근 비용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