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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잃어버린 25년' 반복하지 않으려면 '추진력' 확보하라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9>장상수 일본 아시아대 교수

신아름 | 2016.05.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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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수 일본 아시아대 교수/사진=이기범기자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동일한 원인에 동일한 결과가 반복된다는 뜻으로 이미 역사가 보여준 부정적 인과(因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담긴 말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역사의 반복은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 자체에 해답이 있기 때문. 앞선 부정적 사례와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을 때, 그 사례를 연구하고 해법을 도출함으로써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등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이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상수 일본 아시아대학교 도시창조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은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저성장이 고착화 된 일본과 많이 닮아있다"며 "한국이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해법을 모색할 때 일본의 '잃어버린 25년'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한 뒤 2012년부터 올해로 4년째 일본 아시아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잃어버린 20년-반면교사로서의 일본'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선 장 교수는 특별취재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에 대해 공부해 아는 것'(知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의 한국은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과 어떤 점이 닮았나.
▶1990년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일명 '버블'이 붕괴된 이래 일본은 지금껏 25년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사회는 '여유'를 잃었다. 지나친 메뉴얼화로 유연성은 급격히 떨어졌고 생산성도 바닥을 쳤다. 성장이 둔화된 한국도 최근 들어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아베노믹스'인데.
▶아베노믹스의 방향성과 의지는 제대로 됐다고 본다. 문제는 추진력이다. 정파싸움 때문에 정책을 강력하게 끌고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고 초반에 높았던 아베노믹스에 대한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민 과반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을 잘 알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칠게 말해 '친일'(親日)하는 것이 먼저다. 일본을 진정으로 이기려면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일단 서로 친해져야 한다. 친한 친구끼리는 고민이나 중요한 정보를 함께 나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성을 요구하는 경제 분야에서도 정치적 감성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결코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공통의 목표 아래 각계 각층이 협업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상대편에서 낸 정책이라도 방향성이 맞다면 정치 논리를 떠나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버블 붕괴 이래 1년에 한 번꼴로 총리가 바뀐 일본은 정책 일관성 없이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저성장 기조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 3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곳은 기업뿐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칸막이는 없애 기업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