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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평점으로 대출 받는 날 온다"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16>바스티안 왈른캄프 SNS뱅크 혁신부문 대표

하세린 | 2016.05.3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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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 왈른캄프 SNS은행 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 분과세션에서 '글로벌 금융계와 정글의 법칙'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핀테크(FinTech) 열풍에 은행 수익은 토막이 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글로벌 은행 연례 점검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혁신적 디지털 기술에 맞서 기존 사업모델을 지켜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가 융합한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장에도 디지털 열풍이 불고 있다. 은행들의 전통적 수익원 중 3분의 2가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앞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란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K.E.Y. PLATFORM 2016)에 연사로 참여한 베스티안 왈른캄프 SNS뱅크 혁신부문 대표의 주장은 맥킨지의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행사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암울한 전통금융의 생존전략 키워드로 '공유경제'를 제시했다. SNS뱅크는 자산 기준 네덜란드 4위 은행. 그는 네덜란드 국영은행이었던 시절 ABN암로에서 사내벤처 부문을 담당하면서 금융업계 사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주도하면서 금융업계의 신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2년 전부터 SNS뱅크의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SNS뱅크의 혁신팀의 구성은.
▶혁신부 있고 3개 팀으로 나눠진다.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팀과 앱 등 기존 비즈니스모델을 담당하는 팀, 그리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에 대한 혁신을 고민하는 전략혁신팀이 있다. 나는 전략혁신팀을 책임지고 있다.

-전략혁신팀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준다면.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은행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대출과 예적금, 결제 등 은행의 기존 비즈니스모델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물론 애플페이, 구글페이와 같은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통적인 모델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조직을 거듭날 것인가. 이 질문에 매일 매일 답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기존 비즈니스에서 한발짝 떨어져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그냥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컨셉트를 구체화하는 혁신 프로세스를 통해 각 단계마다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심지어 새로운 회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SNS뱅크는 변화를 원하는가.
▶물론이다. 원한다기보다는 그래야만 한다. 도태되지 않을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은행들의 기존 비즈니스모델은 이미 도태되고 있다. 5년 후면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AI(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도 들었다.
▶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의 거래 내역 등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겐 투자나 노후 계획에 대해 질문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있다. 예전에는 부유한 사람들만이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AI를 통해 로봇이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AI가 내 급여와 거래 내역 등을 비롯해 내가 매년 겨울 휴가 때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면, 나에게 6개월 전부터 저축을 더 많이 하라고 조언할 수 있다. 아직 로봇 어드바이징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을 어떻게 시작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버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데이터는 새로운 수익의 원천이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더 가치롭게 만들 수 있을까. 당신이 가장 좋은 대출 조건을 받고 금융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당신이 일주일에 3번 정도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하자. 그러면 4일 동안은 자동차를 그냥 놀리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이 기간에 다른 사람에게 자동차를 빌려줘서 수익을 낼 수는 없을까.

-실험은 동시다발적으로 하나.
▶8명의 팀원들이 보통 2~3개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열렬한 지지자여서 다른 조직과도 협업을 많이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SNS뱅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혁신은.
▶공유경제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무척 힘들다. 직장에서 몇년을 일했는지를 물으면 "나는 프리랜서"라고 답한다. 은행들이 구식 리스크 모델에 기반해 구식 질문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유경제에 기반한 사회에서 개인들은 항상 누군가에게 평점이 매겨지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를 금융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려주면 내가 좋은 호스트였는지 아니었는지 바로 평가가 된다. SNS뱅크는 공유경제의 평점을 이용해 대출 신청자의 성향과 금융 패턴을 분석, 알고리즘을 만들어 대출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험하는 단계다.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급격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의 평점을 이용한 새로운 심사가 현실에서 적용될 것이라고 보는가.
▶SNS뱅크가 이를 도입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현실에서는 이를 도입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당신이 친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는지, 어떤 글들을 올리고 어떤 기분 패턴을 가지는지 등 새로운 리스크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금융 사업을 안하지 않나.
▶아직까지는 안한다. 아직까지는. 그러나 이를 통해 광고 타겟팅을 하고 있지 않나. 페이스북이 금융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실험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현실화하는가.
▶혁신부문 책임자로서 이사회와 직통 라인이 있다. 경영진은 모두 이같은 새로운 실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긴급성에는 동의한다. 우리 팀이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다 100% 작동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걸 시도해봐야 한다고 제시할 뿐이다. 새로운 경제에서 새로운 도구로 실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해도 뭐라고 하지 않나.
▶회사로부터 상당한 자유를 부여 받는다. 실패해도 좋다. 그러나 '빛나게' 실패해야 한다. 실패로부터 뭔가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의 비결을 소개한다면.
▶혁신은 알맞은 때에 알맞은 사람들에게 알맞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각 혁신의 단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기존 기술에 기반한 혁신이 아닌 미래 먹거리를 발견하기 위한 전략적 혁신을 하는 단계에선 금융이 아닌 비금융 업계 사람들에게 혁신법을 묻는 것이 맞다.

-SNS뱅크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핀테크는 아니잖나.
▶전통 은행과 핀테크의 좋은 점을 모두 가지고 싶다. SNS뱅크는 많은 고객들을 가지고 있고 사업 확장에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속도나 민첩성 측면에선 많이 떨어진다. 이 둘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나. 이것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