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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다하겠다는 대통령,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정진우 조철희 김상희 | 2017.03.30 05:10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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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프에서 일했다고 무조건 공직에 앉히면 문제가 생긴다. 대통령은 진영을 초월해 가장 능력있는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보내야한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말하는 '성공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조건이다. 최고 인재를 선별, 공직을 맡겨야 국가 경영에 탈이 나지 않는단 얘기다.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공직 40년 관록이 말해주듯 진 부총리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실패한 것도 결국 사람 문제라는 것.

그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는 책임지는 사람들이다"며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고 일갈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지난 28일 진 전 부총리를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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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 뉴스1

- 차기 정부가 초반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 집권 초반엔 이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할 핵심 어젠다 5개만 정해라. 그 작업을 안하면 대선 과정에서 쏟아낸 300~400개 정책 과제가 거미줄처럼 얽힌다. 포커스를 어디에 둘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보낼 것이다. 정권 초 아니면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고 하는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말과 똑같다.

- 어떤 어젠다를 잡아야 하나.
▶ 국가 거버넌스(governance)와 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 가령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일자리 등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한다면,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지에 대한 프로세스가 있어야한다. 실행 가능성이 없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의미없다. 국가 운영 체계가 바로 잡혀야한다.

- 거버넌스와 시스템은 어떻게 세울 수 있나.
▶ 제대로 된 인사가 핵심이다. 대선 캠프에서 고생했다고 무조건 좋은 자리를 줄 게 아니라, 진영을 초월해 가장 능력 있는 사람들을 발탁해야한다. 그들과 함께 국가 발전 전략을 세우고, 정부 각 영역에서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야한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본질을 꿰뚫고, 실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한다. 정책은 여야 구분없이 논의하고 협의해야한다. 국가 대개조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면 삼고초려해서 써야한다. 과거 정부를 보면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일까.
▶ 거버넌스와 시스템엔 책임이 따라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질 줄 아는 리더십을 보여라. 총리, 부총리, 장관 등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을 뽑아라. 대통령을 비롯해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절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들은 책임지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책임을 져야 공무원들이 열정을 갖고 일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한 정부가 된다.

- 스마트한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부인가.
▶ 스마트한 정부는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전략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부다.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한다.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확보해야만 성공하는 정부가 된다. 앞으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5년 혹은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답이 나온다. 투명하고, 책임지고, 희망을 주는 정부가 돼야한다.

- 경제부총리와 노동부 장관 등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조언을 해달라.
▶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돼라. 모든 정책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한다. 차기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한다. 이건 노사관계를 비롯해 노동시장 문제가 걸려있다. 정권 초기에 무조건 달라붙어야한다.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한다. 예를들면 기존 노조가 권한을 양보하고, 기업도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양보를 받아내야한다. 이른바 대타협이다.

- 대선이 이제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에 뽑히면 격동기에 집권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으로 외교·안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어떤 전략을 갖고 임기를 소화할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또 지금 상황은 여야가 협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대개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여야가 서로 화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대통령 능력이다. 밀실에서 몇사람이 작업한다고 답이 나오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