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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같은 기업 몇 개만 더 있어도 한국 무시 못한다"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상희 정진우 | 2017.04.14 05:09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앞으로 한 달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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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사진=홍봉진 기자

미국의 금융·경제 전문 미디어 블룸버그가 2015년 발표한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2,650,000원 상승10000 0.4%), 한국전력 (39,150원 상승100 -0.2%), 현대차 3개에 불과했다. 10여년 전에는 7개로 글로벌을 향해 뛰는 기업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수년째 이어진 경기침체로 기업이 위축됐고 일자리가 줄었다고 지적한다. 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는 등 사회 전반에 활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전 국무총리실 실장)은 이런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성장동력'을 꼽았다. 떨어진 성장동력이 다른 여러 분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권 원장은 "대한민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며 "차기 정부가 무조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지난 11일 권 원장을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다. 성장동력이 없어 일본식 장기 침체로 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정책은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규제완화다. 드론, 인공지능 등에서 규제를 풀어 빨리 투자가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일자리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고, 미니잡(시간제 일자리)이라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없애야 한다. 세 번째는 의료, 교육, 관광, 콘텐츠, 물류, 컨벤션 등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결국 규제개혁,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대한민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규제완화,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많은 전문가와 정부도 이미 알고 있지만 추진이 안됐다.
▶10여년 전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에도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기득권의 저항이 심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비롯해 우리보다 개방도가 약한 일본조차도 슈퍼마켓에서 감기약, 소화제를 팔았다. 이를 계속 주장해 겨우 풀었다. 서비스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 기득권자들의 반대다. 규제완화, 노동개혁, 서비스산업 육성도 관련 조합, 협회 등 이익단체에서 반대한다. 소수 기득권층이 죽자 살자로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결국 정치지도자들이 미래를 보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인들이 미래와 경제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말로는 모두 일자리를 얘기한다. 결국 기득권 편을 들어주고 있다. 재선을 위해서는 조합, 협회 등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이런 정치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안된다. 최고통치자와 지도부의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국회도 분열돼 아무도 국가의 미래와 경제 활성화에 신경 안 쓰고 있는 지금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개혁이 되고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정책 얘기도 자주 나온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고 제품이 좋으면 주변 국가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한다.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 우리 주위 국가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142,000원 상승500 0.3%) 같은 기업이 몇 개씩 생기면 저절로 주변 국가가 우리나라를 무시 못한다. 스위스가 몇 백 년 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국방력 등 경쟁력이 워낙 강해 함부로 못 건드리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무엇인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같은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 같은 지도자도 공통적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개혁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국민을 설득해 이를 실제로 추진했다. 슈뢰더는 저소득층의 지지를 얻어 총리가 됐다. 노동개혁을 하고 복지를 축소하면 지지기반으로부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이를 추진했다. 이로 인해 결국 낙선했다. 재선보다는 국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도자는 단기적 인기보다 국가와 민족, 국민들의 미래를 신경써야 한다. 국민들을 설득해 중요한 것은 반대가 있어도 끝까지 밀고 가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금 한가하게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해야 한다. 복지도 일하는 복지가 필요하다. 내가 나이는 많지만 나처럼 일하는 사람에게도 지하철 공짜표를 주는 그런 복지는 난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