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교육부가 대학정책 손떼야 혁신 일어난다"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상희 정진우 | 2017.04.18 06:01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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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를 3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별로 수 십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 교육 관련 정책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각자 철학이 다른 교육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 정책은 백년대계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하고, 디지털 경제 진입에 따라 산업구조 역시 바뀌고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동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등 경제·사회 전반에 혼란이 생긴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문제의 근본 해법이 교육이란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교육문제는 이념적으로 좌우 구분을 하면 안된다"며 "정권을 초월하는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미래를 위해선 '학습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교육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 일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지난 14일 이 교수를 만나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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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전 교육부장관 인터뷰/사진=홍봉진 기자

- 학습혁명이란 무엇인가.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교육을 하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입시로 승부를 끝내면 놀아버린다. 학습혁명은 평생을 배우는 학습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을 교육 부처에서 떼서 혁신 생태계 담당부처에 줘야 한다. 일상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체제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대학이 지금처럼 산업과 연결 안되는 구조에선 절대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산·학·연을 강조해 왔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 산·학·연이 대한민국처럼 찢어진 상태에선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 혁신 생태계의 주요 참여자들이 함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조직부터 손봐야 한다. 대학이 산업하고 연결되는 구조는 영국의 BIS(The 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and Skills, 기업혁신기술부) 시스템이다. 대학 기능과 산업 지원 기능, 과학 기술이 융합한 것이다. 영국 BIS 모델처럼 정책과 학교, 연구기관이 합쳐져야한다. 교육부는 초·중·고등학교 교육만 다루고, 대학은 떼내면 된다. 대학은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 고령화 시대, 재교육도 중요해졌다.
▶ 평생교육은 사람들을 평생 학습자로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다. 이건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학만 들어가면 끝나'라고 하면서 실제로 대학만 들어가면 학습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런 형태로는 절대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안된다. 정말 공부가 재미있고, 이 공부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학습이 중요하다. 남이 주는 문제를 푸는게 아닌,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서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학습혁명을 위해선 유치원 사교육부터 없애고, 초·중등 교육은 아예 프로젝트 학습 중심으로 가야 한다. 특히 대학 입시인 수능을 없애야한다. 그래야 평생 교육이 된다.

-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제도도 계속 바뀌었다.
▶ 정권이 바뀌면 경제와 안보는 바로 뜯어 고치지 않는데, 유독 교육 문제만 쉽게 손을 댄다. 말로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면서 실상은 5년마다 바꾸는게 현실이다. 교육문제에서는 이념적으로 좌우 구분을 하면 안된다. 정권을 초월하는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방향을 정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 교육과정 문제는 장기 과제인데 한 정권 내에서 할 수 있나.
▶ 홍콩도 한 번 계획을 짜면 12년 이상 걸린다. 예를 들어 수능 폐지도 하겠다 해도 당장 내년부터 절대 시행 못한다. 3년 차에 어떻게 하고 5년 차에 어떻게 한다는 이러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육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서 교육개혁을 할 수 없다. 교육개혁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에는 전직 장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아닌 국내 최고의 물리학자, 최고의 인문학자 같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위원회를 대통령 자문 기구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 정책만큼은 협치를 바탕으로 장기 비전을 세워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