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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구조조정 효과없어…M&A활성화가 해법"

[2017 키플랫폼: 리마스터링 코리아][인터뷰]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정진우 조철희 정혜윤 | 2017.04.19 05:56

편집자주 |  '팬더모니엄'(대혼란, Pandemonium). 대한민국의 2017년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이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오는 4월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키플랫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전략을 고민했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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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산업연구원 주최로 세미나가 열린 회의장엔 발디딜 틈이 없었다. 200여 좌석을 모두 채우고 자리가 모자라 간이 의자 50개가 추가로 설치됐다. 세미나 주제는 '차기 정부의 산업발전 전략과 과제'. 19대 대선 직후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선 국내 산업 관련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동력 창출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차기 정부에서 산업 정책을 직접 컨트롤할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열공 모드에 빠졌다.

세미나를 기획한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요즘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산업 정책의 골격을 다지느라 하루에도 여러번 세종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그는 "모든 게 불확실한 지금, 산업정책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대한민국 생존을 위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이날 행사를 마친 유 원장을 현장에서 만나 차기 정부의 산업정책 과제와 해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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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산업연구원장

- 차기 정부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정책이 무엇일까.
▶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다. 언젠가부터 정부 정책에서 경쟁력 얘기가 빠졌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제1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자리를 위해서도 산업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차기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 근간에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넣어야 한다.

- 경쟁력을 높인다는 건 경쟁 상대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
▶ 물론이다. 대표적인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우리나라가 원래 중국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인적 자원도 우수했고, 제도나 시스템도 훌륭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우리를 많이 따라왔다. 어떤 부문에선 우리를 앞선다. 성장잠재력이 대표적이다. 두 나라 경쟁력을 분석해보니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성장 가능성이 월등히 앞선다. 중국은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하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화와 창업 분야에서 산업발전은 우리보다 빠르다.

-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는 근거는.
▶ 우리나라 기업 중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기업을 찾기 힘들다.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수없이 많다. 우리는 삼성전자 등을 필두로 산업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췄지만, 4차 산업혁명에선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 왜 그럴까.
▶ 우리는 성공의 덫에 빠졌다. 과거의 틀과 제도,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제도나 규제 할 것 없이 마음껏 풀어주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해관계자 갈등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힘있는 정권 초기에 국부의 원천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경쟁력을 찾아야한다.

-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 가장 중요한 게 시장을 만드는 정책이다.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져 수익이 나와야 한다. 공급자 중심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시장 형성을 막고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정부가 돈을 투입하는 정책금융엔 한계가 있다. 규제를 풀고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투자금융 시장을 키워야 한다.

- 차기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 앞으로는 부처별 협력이 가능한 융합형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핵심 업무는 유지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나 시대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듈형 정부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라면 정부 조직을 통째로 바꿔 '4차 산업혁명부', 이런 부처를 만들 게 아니라, 지금 있는 부처의 실·국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시키면 된다. 일종의 프로젝트 부처인데,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담당 장관을 두고 산업부와 미래부 등 관련 부처 부서를 융합해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국정 과제를 집중적으로 챙기는 민첩한 정부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 산업 구조조정이 경제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나 사후적인 구조조정은 효과가 없다. 기업 주도의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 시스템을 바꾸면 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정부가 제도적인 유인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다. 또 하나는 인수합병(M&A)이 잘 되게 하는 것이다. 민간을 중심으로 투자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 M&A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거다.

-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 기업을 단지 위법과 감시의 대상으로만 보는 측면이 있다. 기업인들이 법을 어기면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로를 존중하고 치하해야 한다.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경영여건도 갖춰야 한다. 기업인들 사기가 드높아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 투자와 신시장 개척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기업활동을 중시하는 친(親)기업 사회가 돼야 유능한 청년들이 기업가로 나서 한국 경제 도약도 선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