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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분 2배↑… IMF가 보는 한국 크게 달라졌다"

[2017 키플랫폼 팬더모니엄 2020: 리마스터링 코리안 헤리티지] <인터뷰-1> 최희남 IMF 상임이사

배영윤 | 2017.05.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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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남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에서 '글로벌 경제동향 및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트럼프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100일을 보냈다. 앞으로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예측이 불가능해진 시대지만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 반드시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대혼란 속에서도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글로벌 경제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한 최희남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 현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이날 강연 이후 특별취재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분명 위험 요소"라며 "환경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새롭게 등장한 위험 요소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IMF는 보호무역주의, 국가 내 소득 불평등, 기술진보와 생산성의 관계 등 기존 금융·통화 정책 관련 주제에서, 올해는 사회 전반에 새로 등장한 이슈들에 대한 주제로 논의 범위를 확대했다"며 "우리 사회가 현재 직면한 문제와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우리 새 정부가 직면한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경제에 '트럼프 정부'가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트럼프정부가 교역 측면에서 강조하는 것이 '보호무역주의'와 '양자적 접근 방식'이다.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위험 최소화는 트럼프정부의 경제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에 맞게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트럼프정부가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인프라 확대다. 여기에 우리나라 업체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석탄 채굴 확대, 셰일가스 개발 등 에너지산업 개발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다.

-지난달 미국이 발표한 환율조작국 명단에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3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3% 초과 △시장 개입 GDP 대비 순매수 2% 초과)에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보다 미국이 이 카드를 꺼낸 근본적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수단적 측면이 더욱 크다. 미국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미·중 등 국가가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일부 제품들은 품질·브랜드 파워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상대 국가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보다 경쟁 우위를 갖춰야 통상 마찰도 피할 수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 올해로 20년이다. IMF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달라졌나.
▶당시 IMF 내 한국 지분은 약 0.7%에 불과했다. 현재는 1.8%로 2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IMF에서 발간하는 '세계 경제 전망' 책자에도 한국은 당당히 선진국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로 상당수 반영되는 등 IMF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IMF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위상이 2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올해 IMF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보호무역주의, 소득불균형, 기술진보와 생산성의 관계, 고령화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이슈를 논의 과제로 포함했다. 금융·통화 등 기존 논의 주제에서 범위를 넓혀 새롭게 등장한 이슈들이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와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자유무역으로 인한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으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통화 정책 측면에서 경기 활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소득불균형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고령화, 저출산 등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