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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선택이 아닌 필수"

[2017 키플랫폼][인터뷰]프리츠 버스마커 CIONET 국제관계 사무총장

배영윤 | 2017.05.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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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버스마커 CIONET 국제관계사무총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7 키플랫폼' 분과세션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소개와 그의 명과 암'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전통적 화폐는 중앙은행이 통제하지만 비트코인은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창안된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온라인 금융거래 해킹방지 기술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험단계지만 어느 순간 전면화될 지 모른다. 비트코인은 최대 2100만개까지 발행되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 세계 IT(정보기술) 기업 CIO(최고정보책임자)와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디지털 전문가 6500여 명이 모인 커뮤니티 CIONET의 프리츠 버스마커 국제관계 사무총장은 기술 발전 수준에 비해 역량을 갖춘 디지털 전문가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술 전문가들은 물론 경영 전문가들도 디지털 전략을 갖춰야 다가올 미래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7 키플랫폼'(K.E.Y. PLATFORM 2017)에서 연사로 참여한 그를 만나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산업 변화 전망을 들어봤다.

-블록체인이 화두다.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가.
▶블록체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창안할 때 등장한 기술이다. 암호화된 화폐 개념이 처음 나오면서 금융 거래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중앙 시스템'을 '분산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금융 거래 시 중간에 여러 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스마트 거래'가 가능해졌다. 전 세계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솔루션을 도입하면 2022년까지 매년 약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금융기관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실험 중이다.

-현재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아프리카 가나의 비영리기업 '비트랜드'(Bitland)가 주목할 만한 사례다. 가나에서는 토지 등록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토지 소유권 증명이 어려웠다. 이에 비트랜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소유권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투명하고 오류 없는 기록을 구축했다.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지면서 개인경제가 활성화되고, 정부도 비트랜드 기록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편리해지면서 국가경제도 발전했다.

-금융산업 이외로도 확장될 수 있는가.
▶유통,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산업 분야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음원 플랫폼 '유조뮤직'(Ujo Music)에서는 사용자가 음원을 유료로 내려받으면 음원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가수 등에게 수익이 직접 전달된다. 중간 유통 관리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어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다. 중국 알리바바가 도입한 가짜 상품 추적 시스템과 전기차 충전, 카셰어링 등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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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버스마커 CIONET 국제관계사무총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2017 키플랫폼' 분과세션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소개와 그의 명과 암'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문제점과 한계도 있을텐데.
▶거래 절차가 단순화되면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던 기관·조직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전통적 은행과의 금융거래 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변호사 등의 역할이 필요 없어졌다. 블록체인 개념이 등장한 지 9년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기술'이다.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관리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통적 화폐는 중앙은행이 통제·관리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화폐 발행을 조절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통화량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비트코인은 최대 2100만개까지만 발행되도록 알고리즘이 짜여져 있는데 이것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디지털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CIO의 역할과 책임에 변화가 필요하다. 시스템 구축·데이터 관리 등 기술적 측면의 역할이 강조된 CTO와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디지털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중 어떤 길을 갈 지 선택해야 한다. 디지털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술 전문가뿐 아니라 CEO(최고경영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도 디지털 전략에 대한 이해 없이 다가올 미래를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