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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정보의 인터넷을 가치의 인터넷으로"

[2018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우원시옹 91금융 창업자

중관춘(중국)=키플랫폼 특별취재팀 | 2018.03.30 07:00

편집자주 |  글로벌 경제의 빠른 변화 환경을 심층 조망해 새로운 기회 요인을 포착하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이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탈중앙화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 탈중앙화를 핵심가치로 내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를 파헤치고, 공정·투명·참여의 가치를 좇는 미래의 주권자 '1020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구조를 해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기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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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금융 공동창업자, 91자본이사, 91싱크탱크 이사장 우원시옹/ 사진제공= 91금융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생태계의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기존 인터넷 시대의 거두들도 지금 모두 어떻게 하면 블록체인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활발히 연구 중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금융서비스 91금융의 공동창업자이자 91자본 이사, 인터넷 경제를 연구하는 91싱크탱크의 이사장인 우원시옹(사진)은 블록체인이 정보의 인터넷, 복제의 인터넷을 가치의 인터넷, 전달의 인터넷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 인터넷은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적합하지만 돈이나 가치 있는 것을 전달할 때는 부적합하다"며 "반면 블록체인은 가치 있는 것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계약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기존 산업을 바꿔나갈 것인가. 중국 베이징 중관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다음 달 19~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8 키플랫폼'에서 '중국 블록체인의 발전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에 적용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기존 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에도 어떤 산업에 적합한지 잘 따져봐야 한다. 우선 블록체인이 해당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국가 간 지불거래를 예로 들면 현금이든 국제신용카드든 지불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간단히 짧은 시간 안에 낮은 수수료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시에 교역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발전할 수 있다.

-섣부른 적용을 경계할 필요도 있을텐데.
▶난이도와 원가도 고려해야 한다.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된 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상당수 실물 산업은 자산이 오프라인에 있다. 따라서 온라인 디지털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화에 성공하더라도 실물 산업과 매칭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호환이 이뤄져야한다. 이 부분에서 너무 큰 자본이 필요하든가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면 지금 당장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가 실제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개인 소액 지불 같은 경우 기존 시스템도 빠르고 안전하고 상당히 효율적이다. 오히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처리 속도가 지금보다 더 느릴 수 있다.

-중국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수용 태도는 어떠한가.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인터넷 플랫폼이 지니는 이점을 와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 인터넷 대기업은 당초 이 기술을 탐탁치 않아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이 블록체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분야에 발을 내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금은 오히려 블록체인을 이용해 어떻게 주도권을 이어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어떤 점이 기존 인터넷 플랫폼을 위협하는가.
▶기존 인터넷 플랫폼과 블록체인이 상충되는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데이터를 개인이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디디다쳐 같은 택시 예약 앱을 보자. 이런 플랫폼은 승객을 필요로 하는 기사와 기사를 필요로 하는 승객을 이어줘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다. 이용 편리성에 사용자가 많아지면 이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사들도 점점 많아져 플랫폼은 더 큰 권력을 갖게 된다.

플랫폼은 사용자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기사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 기사들은 수수료가 높더라도 승객을 공급하는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플랫폼은 더 큰 권력을 갖고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해 차를 빌린다고 할 때 데이터는 모두 개인이 갖는다.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할지 말지 여부도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가지고 사업하던 기존 플랫폼 대기업들은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

-금융업의 블록체인 기술 수용 상황은 어떠한가.
▶대형 금융업체들의 경우 해외결제 분야에서 중요도가 낮은 업무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경 간 외화거래액 규모는 5736억 달러로 수수료율은 5.29~7.09%다. 리플은 수수료가 훨씬 낮다. 기존 수수료 규모보다 42%, 130~17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기존보다 수수료가 줄어 손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외화거래를 한다면 이익일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변화해야 할 산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화산업이다. 이 분야는 창작자가 아닌 중개인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간다. 블록체인 기술은 문화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창작자에게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작가가 작품의 대가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인세 대신 자신의 팬들로부터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블로그 스티밋이 바로 이런 세계를 열었다. 중국에도 '삐후'(币乎)라는 비슷한 프로젝트가 있다.

게임 분야는 블록체인과 궁합이 잘 맞는 산업이다. 블록체인 기반에서 게임 개발자나 개발회사가 게임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데이터를 갖고 자산으로 유통시킬 수 있다.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된다. 사용자가 많아 거래가 활발할 것이다. 이미 여러 게임업체들이 발빨리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말 A주에 상장된 이치아오에서 말을 기르는 게임인 '바오리마'를 선보였고 올 초에는 넷이즈가 암호 반려묘 게임 자오차이마오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