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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규제보단 아이튠즈 같은 혁신 고민해야"

[2018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오태림 글루와 CEO

실리콘밸리(미국)=키플랫폼 특별취재팀 | 2018.04.06 07:00

편집자주 |  글로벌 경제의 빠른 변화 환경을 심층 조망해 새로운 기회 요인을 포착하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이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탈중앙화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 탈중앙화를 핵심가치로 내포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를 파헤치고, 공정·투명·참여의 가치를 좇는 미래의 주권자 '1020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구조를 해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기업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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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철희 기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광풍을 몰아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는 하루 사이에도 가격이 수백만원씩 오르락내리락하며 이제까지 없던 변동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정부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사기, 버블이라는 입장과 혁신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또 다시 암호화폐가 광풍을 몰아칠지 모른다. 여전히 인류에게 암호화폐는 처음 맞딱뜨린 불확실성 가득한 영역이다. 다만 이런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한 가지만은 확실해졌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암호화폐에 사용된 기술인 블록체인을 눈여겨 보며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블록체인 기업들을 만나 이들이 그리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들어봤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들로 경쟁에 나섰지만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속성이 중앙집중식으로 돌아가던 기존 세상의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실리콘밸리 소재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기업 글루와의 오태림 CEO(최고경영자·사진)은 블록체인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가장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그것을 '쓰냐, 안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 CEO는 오는 19~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18 키플랫폼'에서 '블록체인 생태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다.

-한국, 중국 정부 등은 암호화폐의 큰 가치 변동에 대한 우려에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규제를 하냐 안하냐, 규제가 강하냐 약하냐 보다는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는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해야 하는 부분이 그러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블록체인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기업들이 규제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겠지만 명확한 기준이 있기에 규제를 따르는 것이다. 규제가 없는 것보다는 질서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낫다.

-규제 도입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예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인터넷을 폐쇄하지 않는 한 암호화폐 거래는 가능하다. 좋은 예가 과거 MP3 사례다. MP3가 나왔을 때 많은 불법 다운로드 플랫폼과 웹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러한 플랫폼과 사이트들은 차단 등의 강력한 규제로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MP3 파일과 그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계속 새로운 불법 사이트들이 나왔다.

이 때 역발상을 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합법적으로 이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것이 지금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은 '블록체인을 쓰냐, 안 쓰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 기술을 통해 수익과 가치를 창출해 낼까' 하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집중화 시스템 때문이다. 중앙에서 독점한 데이터로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이같은 중앙집중화 방식에 비해 블록체인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
▶블록체인 서비스의 경우 중앙집중화 서버가 없다. 참여자들에게 정보를 분산시킨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이러한 분산으로 정보를 객관적인 방식으로 저장한다는 점이다. 즉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서는 제3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참여자들 서로가 더 많은 것을 신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정보로 새로운 시장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장점에도 모든 것을 탈중앙화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정 분야에서는 분산된 방식이, 또 다른 분야에서는 중앙집중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블록체인이 유용하게 활용될 분야는 어디인가.
▶블록체인은 객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에서 적합하다. 예를 들어 소유권 증명, 신분 증명, 결혼 증빙, 국적 증빙 등에서다. 중앙집중화 시스템 없이 유튜브와 같은 방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종 데이터를 '저장 코인' 또는 '파일 코인'과 같은 형태로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앙 서버를 통하지 않고도 여러 형태의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분야를 본다면 광고주와 사용자, 콘텐츠 제공자 간의 지불을 코인으로 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미래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마치 현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을 구축할 것이다.

-금융에서는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전 세계에는 여전히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수 억 명에 이른다. 암호화폐는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중앙집중화된 금융기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금융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글루와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아프리카 지역의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기업과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