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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거가 부러운 미국…"전자투표·가상의회로 가버릴까"

[2020 키플랫폼-포스트 팬더모니엄]

조철희 김상희 | 2020.04.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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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COVID-19) 대응에 성공적인 한국은 팬데믹 상황의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국회의원 총선거 역시 별다른 문제 없이 치르는데 성공했다. 보건 안전을 강화한 것 외에는 투표 행태에 별 변화를 주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진행했으며 예년보다 높은 투표율은 더욱 놀라운 결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미국은 한국의 선거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나라 중 하나다. 미국 언론들은 올해 11월 마무리되는 대선 일정을 팬데믹 국면에서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한편 한국이 방역 외에 선거도 세계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가 일각에선 유권자 감염 방지를 위한 우편 투표 확대 가능성에 벌써부터 부정선거 방지 요구가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다른 한편에선 팬데믹에 따른 팬더모니엄(대혼란)에 선거 방식도 크게 바뀌어야 하고, 의회도 가상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리 드루트먼 선임연구원은 감염병 우려 상황에선 선거 '일'이 아닌 선거 '달'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감염 문제와 별도로 국내에서 21대 총선과 이전 선거 때 나타난 높은 사전투표율이 보여주듯 선거일을 단 하루로 보기 어려워 진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드루트먼 연구원은 부정투표 방지를 전제로 조기투표와 우편투표의 확대를 전망했다. 아울러 이처럼 특수 상황에서 시도한 변화 방식이 유권자들에게 편리한 경험으로 각인되면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더 많은 편의가 더 높은 투표율을 낳을 것이고, 잠재적으로 미국의 당파적 경쟁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 시행된 전자투표도 이참에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투표 지원 서비스 스타트업 데모크라시라이브의 조 브라더튼 회장은 "앞으로 선거에서 유권자 개인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안전하고 투명하고 비용효율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진보된 기술이 선거 방식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브라더튼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 의회가 해외 주둔 군인 및 해외 유권자들을 위한 전자투표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10년 동안 해외 군인과 장애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전자투표 방식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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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본회의는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71일만에 개의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투표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의회의 가상화·디지털화도 팬더모니엄 이후의 새로운 미래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부분들이 가상화 된 가운데 의원들이 밀집해 회의를 여는 일이 주인 의회도 가상의회로 변화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의원들이 디지털 방식을 통해 입법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현재에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도에 있는 의회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지역구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것이다. 지역 유권자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고 지역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총선을 마치고 21대 국회의 개원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의회도 낮은 법안 처리율, '동물국회' 등 의회 내 폭력 사태, 대의정치 대표성 문제 등 갖가지 논란과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상의회를 고민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가상의회 아이디어는 의회 개혁과 디지털 기반 직접 민주주의 확대 담론까지 이어진다. 이번 선거 기간 중 "국회에 들어가서 국회를 싹 바꾸겠다"고 외친 국회의원들은 가상의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머니투데이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 '포스트 팬더모니엄' 프로젝트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의 변화 양상들을 지속 관찰해 팬데믹 이후 새롭게 펼쳐질 미래상과 한국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솔루션들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