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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플루언서다"…'인기 유튜버' 권순홍의 디지털 서사

[2020 키플랫폼-키맨 인터뷰]

조철희 김상희 | 2020.04.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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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권순홍 인플루언서


나는 한국인이다


경남 산청 지리산 인근에서 태어난 권순홍은 20대 때 호주에서 살다가 호주인 아내 니콜라 권을 만났다. 컬리지를 다니다 언어교환으로 알게 돼 교제 끝에 결혼했다. 웹툰 작가인 아내는 결혼과 일상을 웹툰으로 그렸다. 국제 커플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어 웹툰 '마이 코리안 허즈번드'는 유명세를 탔다.

권순홍은 2013년부터 아내와 함께 유튜브 채널 'MKH'(마이 코리안 허즈번드)도 열었다. 국제 커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국 아빠, 호주 엄마, 네살 아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이 됐다. 처음엔 호주에서 방송을 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하고 있다. 구독자수는 11만명을 넘었고, TV 방송 등 언론에도 자주 소개됐다.

"호주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오니까 주변에선 '호주처럼 살기 좋은 곳에서 왜 한국에 왔냐"고 묻더라구요. 저희 부부가 느끼기엔 한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였고, 그런 점을 좀 알리고 싶었는데, 우리가 잘사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보여주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싶었어요."

육아도 그랬다. 주변에선 어렵다는 말이 많았지만 한국의 육아 환경이 더 나았다. 아이가 아픈 경우, 호주도 무상의료이긴 하지만 원하는 병원으로 못가거나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반면 한국에선 언제든, 어디서든 작은 비용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내도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주변의 많은 외국인 친구들도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어한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데는 빠른 통신 환경 등 한국이 최고다. 공공기관에서 스튜디오·장비 대여도 해준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유행 이후 주변에서 "한국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은 지금 한국에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 MKH에는 국제 커플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는 실제 국제 커플들이 많은데, 상담도 자주 해주다 보니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편견에 맞서고, 다문화를 존중하는 메시지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귀기울여 주고 있어 보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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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권순홍 인플루언서



나는 인플루언서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다이어트 영상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언론 보도가 되고, 해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습니다. 인플루언서 에이전트, 유튜브 교육가,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이사,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코치 등이 지금 제가 하는 일입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 땐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도 나눴습니다. 제가 이런 일들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은 삶을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하지 마라, 너는 안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나아가 독자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은 바람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세간에 크게 화제된 권순홍의 다이어트 영상은 조회수 850만건이 나왔다. 6개월 동안 22kg을 감량한 이 영상을 많은 이들이 보고 다이어트를 해 건강해졌다. 고맙다고, 자기 삶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인사가 돌아왔을 때, 또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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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권순홍 인플루언서
"제가 생각하는 인플루언서의 뜻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BTS는 아니지만 충분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바꾼다는 게 꼭 큰 일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바꾸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습니다."

권순홍은 그래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의 사회적 책임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문화 가정, 미혼모 가정 등에 대한 기부·봉사 활동에도 열심이고, 대안학교에서 디지털 교육 강사로도 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활동은 더 활발해져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루언서들도 더 늘어나고, 영향력도 더 강해질 것이다. 권순홍은 구독자수나 조회수 같은 유명세보다는 선한 영향력, 인류 보편적 추구 가치 등을 지향하면서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 콘텐츠에 더 잘 책임을 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더 크고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튜브는 저와 가족의 인생을 저장하는 곳이에요. 호주에서의 삶, 한국에서의 삶,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그동안의 삶이 다 거기에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되면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 할 것 같습니다. 아기가 컸을 때 아빠엄마와 함께 한 시간을 다 볼 수 가 있으니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