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중국 신뢰 추락…전세계 소비자·기업, 한국 믿어"

[2020 키플랫폼-키맨 인터뷰]

조철희 김상희 | 2020.05.08 06:01

image
로드리그 교수와의 서울-뉴욕 화상인터뷰 화면 캡처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변화 과정에서 한국은 이득을 취할 것이다."

지리경제학 최고 석학인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성공적 대응으로 전 세계 각국의 신뢰를 얻은 한국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변화할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드리그 교수는 7일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의 '포스트 팬더모니엄' 프로젝트를 위한 서울-뉴욕 화상인터뷰에서 "많은 글로벌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한국의 책임감을 기억할 것이고, 이는 향후 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그 교수는 글로벌 경기회복이 코로나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의 '시간'에 달려 있다면서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이번 위기는 경제적 펀더멘털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데다 주요국들의 경제가 호황이던 상태에서 맞은 위기라 인프라 등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대신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이미 리쇼어링(해외진출 산업기지의 국내 유턴)을 시작한 상태에서 식료품, 의약품 재고부족 사태와 중국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가속화돼 1~2년 안에 서플라이체인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드리그 교수와의 화상인터뷰 내용은 오는 28~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을 통해 상세히 소개된다. 2020 키플랫폼은 포스트 팬더모니엄 시대에 새롭게 펼쳐질 미래상과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

다음은 로드리그 교수와의 일문일답.

image
-언제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봉쇄를 강제해야 하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것인가에 좌우될 것이다. 기업은 현금보유고의 보유현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봉쇄 해제가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경제적 손해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수요가 증발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비용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될수록 실제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피해도 더 심해지고 회복도 더 오래 걸릴 것이다.

-V자 회복이나 다른 형태가 아닌 U자 회복에 가까울 것이라는 말인가.
▶본질적으로 그런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파산으로 몰리는 기업들이 생길 수 있어 경기회복도 늦어진다. 일시적이지만 시장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기업은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

기업도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수입이 없어도 임대료는 내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대출 이자도 갚아야 한다. 결국 보유현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보유고가 고갈되면 미뤄뒀던 지출계획을 집행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리스크다.



"경기회복에 자신감 가져도 돼"


-주식시장이 경제를 어느정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특히 미국 대선 직후인 올해 말에는 주식시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현재 주가가 미래를 반영해 형성된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낙관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상황이 정상화 되자마자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으로 직장에 복귀할 수 있고, 외출하고 여행하려 할 것이다. 뜻밖에 반등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반등이 시작된다면 주식시장은 1년 안에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뜻인가.
▶지금은 경제적 펀더멘털에 기인한 사태가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많은 나라에서 경제가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었다. 미국은 호황을 누리다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는 그대로다.

10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도 다르다. 그때는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부동산 모기지가 잘못되면서 위기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는 사실상 특별히 문제가 없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회복의 시간적 지체가 길어질수록 경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 현금이 부족해질 것이고, 기업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



"밀도가 부동산 구매시 고려사항이 될 수 있어"


-위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인가 디플레이션 압박 요인인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는데 나는 이번에는 디플레이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식료품 등이 물량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석유, 천연가스, 광물 등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심각한 디플레이션 요인이 있다.

부동산 가격은 대출 능력, 그리고 근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 심리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매우 강한 디플레이션 압력을 낳을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부동산 가치는 산업용이든 주거용이든 하락할 수밖에 없다. 구매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상업용 건물을 예로 들면 소매점 매장이 다 문을 닫는다면 건물 임대료는 누가 내나. 매장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어떻게 되겠는가. 디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실직하고 두 달이 지난 후 월세를 낼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모기지를 갚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게 디플레이션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뉴욕과 같은 대도시 중심부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는데.
▶대도시가 가장 믿을 만한 시장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번엔 상업용 부동산 영향으로 이런 인식이 다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은 고밀도 구역에 거주하는데 좀더 신중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를 피해 뉴욕을 떠났다. 그중엔 뉴욕으로 다시 돌아올 의향이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고밀도 부동산 시장의 가치, 특히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이같은 영향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하락할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대도시 근교와 저밀도 지역의 가치가 상승하는 재균등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은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사람들이 부동산을 보는 관점에 이같은 인식이 반영될 수 있다. 인구밀도가 부동산 구매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리쇼어링은 이미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이후에 어떤 경제적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가.
▶기업들은 이번에 겪었던 재고 부족 사태를 향후에는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재고를 확대할 것이다. 아웃소싱 전략과 해외 생산기지 이전 전략을 재평가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요즘 "중국이 얼마나 믿을 만했었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불행히도 불신이 커질 것이고, 이런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중국 전략을 재평가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자"라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재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고, 자국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서플라이체인이나 리드타임(상품 생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 단축을 위해 공장을 멕시코나 유럽으로 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추세에선 한국이 득을 볼 수도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글로벌 소비자들과 기업가들이 한국의 책임감을 기억할 것이고, 이는 향후 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거의 불가피할 것 같다. 미국에선 매우 큰 문제가 된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공급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미국과 세계 각국은 자국에 적용할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것이다. 예컨대 '특정 전략적 장비나 제품은 공급량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없다'는 식이 될 수 있다.

리쇼어링 프로세스는 몇 년 전에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로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자동화 분야에서도 이 프로세스가 이미 진행 중이다. 이미 경제 지형이 바뀌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충격적 사태로 인해 전체 프로세스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아마도 1~2년 내에 지금의 모습은 찾지도 못할 정도로 서플라이체인이 달라질 것이다.

-서플라이체인 관점에서 한·중·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한국과 일본은 기술이전을 통해 중국에 오랜 기간 매우 많은 투자를 해왔고 중국시장을 활용했다. 그러나 신뢰 부족 문제라는 측면에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시장의 장점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드러난 취약점들을 대처하기에는 아주 곤란한 수준이다. 그러니 이제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 같다.



"북한 개방 때 경제 지원 한국이 역할 맡아야"


-북한에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동북아시아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는가.
▶만약 북한 정권에 변화가 생긴다면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긴다. 1990년대 독일 통일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북한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게임의 법칙조차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사실 북한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1인 지배 체제이고, 그 1인의 인식, 전략, 오해 때로는 다른 나라에 대한 편집증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따라서 만약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어떤 사람이 새 지도자가 되느냐에 변화 방향이 달려 있다. 항상 새로운 지도자가 좀더 합리적이기를 희망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다.

-북한이 자본주의 국가 체제에 좀더 가까운 형태로 변화한다면.
▶북한이 개방을 할 경우 개방 프로세스 제공, 통합, 자본 투자, 기술 이전, 북한 경제 소생을 위한 지원은 한국이 맡아야 할 역할임은 분명하다. 남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은 본질적으로 한국인들이 해결해야 하는 내부 문제다. 투자, 신시장, 새로운 노동력 원천, 신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게 분명하다. 남북한과 중국 간 교류 통로를 마련할 수 있는 중국과의 새로운 커넥션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장 폴 로드리그 호프스트라대학 교수는?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학교 교수는 지리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2019년 에드워드 울만상을 수상했다. 에드워드 울만상은 미국지리학회가 1990년부터 교통 지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로드리그 교수는 경제 거품의 과정을 도식화한 '버블곡선'을 만든 이로도 유명하다. 또 그의 항만지역화에 대한 논문은 해운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시립대학 교통연구센터 이사를 비롯해 벨기에, 그리스, 네덜란드 학술 기관 소속 해양 경제학자들이 항만 연구에 대한 지식 교환을 목적으로 만든 '포트이코노믹스'와 국제해양경제학자협회의 대표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어젠다협의회 회원을 역임했다.

이 밖에 미국 교통부로부터 미국상선아카데미 자문위원으로 임명됐으며 도시 물류에 관한 '메트로프레이트' 프로젝트의 뉴욕팀장 등을 맡았다.

로드리그 교수는 1994년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에서 교통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년부터 호프스트라대학교에서 경제지리학과 세계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