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인사이트토크]제이콥 커키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6월18일 '2013 키플랫폼'서 강연

신희은 | 2013.06.04 07:30

image
제이콥 커키가드(Jacob Funk Kirkegaar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엔화 가치 하락은 이미 대부분 끝났다."

미국내 최고의 환율 전문가로 손 꼽히는 제이콥 커키가드(Jacob Funk Kirkegaard)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내린 진단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인 아베노믹스의 '엔저'가 더 이상은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독립적 '씽크탱크'로, 정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이름이 높다. 커키가드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나 의회, 세계은행(WB) 등에서 환율에 대해 논의할 때 가장 먼저 초청하는 전문가 가운데 한명이다.

커키가드 선임연구원은 머니투데이가 창사 14주년을 맞아 오는 6월 18~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하는 신개념 글로벌 컨퍼런스 '2013 키플랫폼'(K.E.Y. PLATFORM 2013)에서 첫날(18일) 오후 '금융' 분과세션에서 '환율전쟁 3.0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다음은 커키가드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양적완화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향후 통화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 글로벌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는 과장돼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에 대한 광범위하게 개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통화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통화를 매입한다든지 하는 외환시장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는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신흥시장으로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의 부작용을 뛰어 넘는다고 본다. 따라서 통화전쟁 위협에 대한 선진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의 반응은 적절했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통화전쟁이 추가로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향후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가 기축통화 또는 준(準)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 앞으로도 상당기간 미 달러화는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으로 유로화와 엔화가 뒤를 이을 것이다. 이는 세 선진시장 통화의 유동성과 금융시장의 깊이를 반영한 것으로, 이것은 극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즉 유로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일본도 극적인 재정 붕괴를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대체수단이 없기 때문에 피난처에 해당하는 달러화 등 이들 통화로 유입될 것이고, 따라서 이들 통화의 입지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 일본 내각이 이른바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의 무제한 양적완화 및 엔화 가치 절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 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일본중앙은행(BOJ)의 위기해결 정책(양적완화)을 지지하지만, 엔화 가치의 하락은 이미 대부분 끝났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의 대규모 자본유출과 이에 따른 추가적으로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일본중앙은행과 재무성이 엔화 가치를 추가로 끌어내리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같은 해외 통화를 매입하는 등 직접적인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본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 뿐 아니라 모든 신흥시장에서 ‘매우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항이다.

-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 일본이 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지 않는 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서비스 부문의 자유화, 농업 개방, 여성의 노동참여율 제고, 이민 개방 정책 등이 수반돼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일본이 태평양 지역 이외 국가들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쯤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 미 FRB가 올해 말이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와 함께 바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피할 것이다. 미국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등 노동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고 재정건전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겠지만, 2014년말까지는 미 단기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유럽이나 일본보다 경기 회복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당분간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는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위안화 국제화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진전 속도는 중국 내부의 금융개혁의 속도에 달렸다. 다시 말해 중국이 국내 금리를 자유화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자본시장을 충분히 개방할 수 없고 따라서 위안화 국제화도 달성할 수 없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중국 내부의 경제개혁이 이뤄진 다음에야 위안화의 국제적인 입지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최소한 2015년은 돼야 할 것이다.

또 위안화가 충분히 국제화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 미 달러화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훨씬 더 개방돼 있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펴는 민주국가에서만 이 같은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는 정치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축통화의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 기축통화를 가지지 못한 한국이 앞으로 화폐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선진국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양적완화로 인해 한국은 대규모 자본 유입이나 원화 가치 절상 등의 잠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당연히 한국 정부는 유입자본에 대한 과세를 비롯해 자본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BOK)도 마찬가지로 금리 등 통화정책이 통화 가치 절상의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다만 이는 과도한 신용팽창과 자산버블을 막기 위한 다른 대책과 병행돼야 할 것이다.

- 한국이 금융위기 예방 또는 극복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조언해 준다면?
▶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은 이미 환 변동 위험에 대응해 스스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세계 각지의 시장에서 현지생산 체제를 갖췄거나 장기적인 헤징을 통해 환 변동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등을 대규모 매입하는 적극적인 개입에 의존한다면 이는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포함해 주요 거래 상대방과 통화 스와프(맞교환)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또 다시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도록 보장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 절하 등으로 수출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발생할 비용을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