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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5명이 만든 '뷰티 스타트업', 2년만에 1300억 잭팟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⑥<인터뷰>로렌스 그뢰넨딕&얀 빌렘 반 부커 '트리트웰' 창업자

암스테르담(네덜란드)=배영윤 | 2016.03.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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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뷰티 서비스 예약 사이트 '트리트웰'은 다섯명의 온라인 마켓 베테랑이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공동창업자 겸 CEO 로렌스 그뢰넨딕(사진 왼쪽)과 공동창업자 겸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얀 빌렘 반 부커가 어깨 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하세린 기자
"세상을 만든 건 신이지만 네덜란드를 만든 건 네덜란드인이다.(God created the world, but the Dutch created Holland.)"

국토의 1/4이 해수면보다 낮고, 인구가 170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 네덜란드. 열악한 환경에서도 네덜란드가 경제 강국이 된 건 '스마트 인재' 덕분이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무역 활성화로 국민들은 '글로벌 마인드'를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영어는 제2의 모국어로 평가받을 정도로 국민들에겐 '글로벌 DNA'가 있다. 수도 암스테르담이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된 이유다.

이 도시 한가운데 40대 중년 남자 다섯명이 손을 잡고 만든 유럽 최대 뷰티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기업 '트리트웰(treatwell)'이 최근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트리트웰'을 통해 헤어, 마사지, 네일숍 등을 전화나 직접 찾아가지 않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쉽게 예약해 원하는 시간에 숍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숙박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Booking.com)'의 뷰티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2013년 10월 정식 론칭 이후 한달 동안 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며 2년 만에 유럽 10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예상 매출 1억 유로(한화 약 1320억원)를 바라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중인 '슈퍼 스타트업'이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트리트웰 본사에서 로렌스 그뢰넨딕(Laurens Groenendijk, 이하 로렌스) 공동 창업자 겸 CEO(최고 경영자)와 얀 빌렘 반 부커(Jan-Willem van Boeckel) 공동 창업자 겸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성공 비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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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그뢰넨딕은 유럽의 레스토랑 예약 및 배달 서비스 '저스트잇'의 공동창업자였다. '저스트잇'을 팔고 난 후 아내의 한 마디에 아이디어를 얻고 바로 새로운 사업(트리트웰)을 시작했다./사진=하세린 기자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나.
▶'트리트웰' 창업 전에 나(로렌스)는 '저스트잇(Just Eat, 레스토랑 배달앱)'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10년에 '저스트잇'을 팔고 휴식기를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헤어드레서를 위한 '저스트잇'이 없다."고 한 말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를 포함한 다섯명의 전문가를 모아 트리트웰을 창업했다.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했다.
▶우리는 일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그만큼 배경지식이 깊고 전문적이다. 다섯 명의 공동 창업자 모두 이 사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기업가'다. 저스트잇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와 부킹닷컴 CFO, 유니레버, 로레알, 질레트, 프록터 앤 갬블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홍보 전문가, 안정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스템 전문가가 공동창업자다. 우리 파운더팀(Founder Team) 모두 각자의 분야에 경험이 풍부하고 그만큼 능통하다.

-초기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100만 유로(한화 약 13억원)로 시작했다. 쉽게 시작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는 이 분야에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의 중요성을 잘 안다. 내 차는 물론 아내의 차까지 팔았다. 그야말로 '올인'한거다.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창업 2년만에 유럽 10개국에 진출했다. 비결이 뭔가.
▶창업 초기부터 이 분야에 글로벌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헤이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사무실을 옮겨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처음엔 헤이그에 사무실을 차렸는데 알다시피 헤이그는 정부 도시다. 우리 사업의 성격과 맞지 않는 분위기다. 암스테르담은 다양한 국적의 능력있는 젊은 인재가 모여있는 국제도시다. 사업 확장(scale up the business)을 하기 최적의 장소도 이곳 암스테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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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한 '트리트웰' 본사 사무실 전경. 이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업계 글로벌 리더를 지향하는 '트리트웰'은 능력있는 직원이라면 국적 불문하고 적극 채용한다. 외국인 채용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자라 여기고 아낌없이 지원한다./사진=하세린 기자
-구체적인 글로벌 전략이 있었나.
▶이 분야의 유럽 리더가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로컬 조직을 구성했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과 벨기에에 해당 시장에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로컬 조직을 꾸리고 세를 키워나갔고 현재 유럽 10개국에 진출했다. 지금은 미국 시장과 일본 시장을 주시하며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업체와 손을 잡고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호텔이나 항공,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는 이미 많이 나왔다. 하지만 뷰티 서비스는 아직 이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예를들어 내일 아침 미용실을 예약하고 싶은데 영업 시간이 끝난 이후에 전화를 하면 예약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있다며 가능하다. 기존 (숙박, 항공 분야 등의) 온라인 예약 플랫폼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도입되길 원한다. 간단한 이치다. 또한 예약시 온라인이나 현장 결제 등 결제 방식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다.

-현재 회사 규모는.
▶암스테르담 본사에 35명의 여러 국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한다. 그리고 전체 그룹 직원은 500명이고 2만여개 숍과 계약을 체결했다. 창업 2년여만에 일궈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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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빌렘 반 부커는 유니레버(Unilever), 질레트(Gillette),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등의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십수년간 일한 경력이 있다. 뷰티 산업 전반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트리트웰'의 성장 동력이 됐다./사진=하세린 기자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뭐라 생각하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저스트잇'과 '부킹닷컴'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목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리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의 '트리트웰'의 가장 큰 도전은 뭔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예약 메커니즘을 바꾸는 것. 전화를 통해 예약하는 것 없이 모든 예약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가격 리스트와 이미지나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영상 속 연예인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클릭하면 바로 헤어 숍을 예약할 수 있는 등 혁신적인 예약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