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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상 받은 실리콘밸리 창업자가 말하는 삼성전자의 미래는...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⑦-1<인터뷰>톰 리 스탠포드대 교수 겸 아얄라 네트웍스 공동창업자

팔로알토(미국)=김상희 | 2016.03.22 06:01

"2025년엔 전세계 70억 인구가 모바일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게 될 겁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이자 실리콘밸리의 주목받는 스타트업 아얄라 네트웍스의 공동 창업자인 톰 리(Tom Lee) 박사가 예상한 미래의 모습이다. 리 박사는 실리콘밸리에서 무선통신과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무선통신 관련 기술로 개인 특허를 획득했고, 기술력을 갖춘 IoT 스타트업을 창업해 실리콘밸리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창업한 아얄라 네트웍스는 지난해 시스코로부터 투자를 받은 IoT플랫폼 전문 스타트업 기업이다. 리 박사가 예측한 미래는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한 세상이다. 앞으로 자본이나 제조 능력보다 기업가의 창의력과 직관이 중요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리 박사는 본인이 특허를 지닌 ‘CMOS(휴대용 계산기와 전자시계, 소형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명칭) 무선통신기술’로 2011년 호암상(기술부문)을 받아 우리나라에도 소개됐다.

교포 2세대인 리 박사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말을 잘 못한다. 하지만 고국에 대한 애착이 많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지금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리 박사를 만나 IoT가 바꿔놓을 미래와 여기에 맞는 우리나라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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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리 스탠포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겸 아얄라 네트웍스 공동 창업자/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 IoT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 같나?
▶IoT가 얼마나 잠재력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IoT는 한마디로 네트워크다. 최초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라디오 주파수의 무선통신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700명의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었다. 음성신호 교환기술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라디오방송이고, 그 발전이 지금 무선 인터넷 시대까지 왔다. 과거엔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로 글로벌화됐다. 그런데 이제 모바일 기술로 사람과 사람이 모두 전신소가 됐다. 그것도 가공할 속도로 말이다. 앞으로 변화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산업간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
▶2025년엔 분명히 전세계 70억명이 대부분 모바일로 연결되지 않을까? 그것을 기기간 연결로 계산하면 2035년까지 1조개의 기기가 연결될 것으로 추측된다. 시스코시스템즈 분석에 따르면 현재에도 벌써 150억개 기기가 연결돼 있다고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간 장벽이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칠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다만 과거 방식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1981년에 세계적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의 무선통신 사업부의 성장전략을 수립했다. 당시 AT&T는 군사기술로부터 시작된 아날로그 휴대폰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맥킨지에 물었다. 맥킨지는 휴대폰 사용자가 미국에서 90만명 정도로 성장하면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AT&T는 10억 달러에 무선사업부를 팔았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AT&T는 4년 뒤 140억 달러에 다시 무선 사업부를 되사야 했다. 지금 미국에선 모바일을 1억900만명이 쓰고 있다. 맥킨지의 예측이 100배나 틀린 셈이다.

-경영 전략이 바뀌는 것인가.
▶전통적인 경영 전략은 과거의 추세로부터 현재의 유사점을 찾고, 미래로 이어지는 맥락을 유추한다. 이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IoT의 발전에 따른 변화의 시대는 그런 예측이 무의미하다.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이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또 실시간 데이터를 읽어내는 통찰력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 창업자의 본능 등에 좌우된다. 도식적 학습으로 쫓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략컨설팅, 소비자조사업 등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MBA 등에서 기계적으로 배워선 대응이 어렵다.

-아얄라 네트웍스는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사업을 하나.
▶예를 들어 우리와 협업하는 스마트 의류업체는 디자인만 신경 쓰면 된다. 우리가 바이오메트릭(생체인증)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한다. 그러면 심장 리듬과 심박 수, 산소 수준, 운동한 걸음 수를 센서로 고객에게 알려주는 등 최적화된 옷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접근법으로 현재 보안업체와 화재경보업체, 유아 동작 감지기구, 기온 감지 기구 등을 만드는 업체들과 협업 중이다. 이들은 기기를 만들고, 우리는 기기가 서로 연결돼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다른 업체들과 차별점은?
▶우리는 어떤 사업, 어떤 기기, 어떤 환경에서도 30일 안에 적절한 해답을 찾아내 IoT환경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아얄라네트웍스는 그동안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서 구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처럼 IoT 적용성이 큰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드물다.

-아얄라 네트웍스의 미래 전략은?
▶IoT는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IoE(Internet of Everythig) 즉 만물인터넷 시대로 갈 것이다. 기계 간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람간 패턴 분석, 나아가 경제현상까지 패턴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자동차에도 많은 센서가 있다. 이것만 잘 연결해도 브레이크 등이 언제 문제가 생길지 등을 사전에 알 수 있다. 아예 이것을 정비소와 연결해 미리 준비해 줄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이 우리의 미래 사업 영역이라 생각한다.

-무선 네트워크 발전은 반도체와 뗄 수 없는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의 미래는?
▶반도체가 혁신을 이끄는 시대를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반도체라기 보다 오히려 칩셋(Chipset, 컴퓨터 메인보드에 설치된 대규모 집적회로군)이 혁신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칩셋은 반도체끼리 연결된 거대한 회로인데, 모든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칩셋 제조는 반도체와 또 다른 분야다.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가급적 칩 수를 줄여 나가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저렴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칩셋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 그 모델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조언인가?
▶그렇다. 삼성전자의 핵심역량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높은 품질로 누구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제 칩셋 지배자로 가야 한다. IoT기기라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칩셋을 단순화해 몇 가지 모델로 만들어 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또 앞으로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모든 기기는 무선상에서 센싱(Sensing), 컴퓨팅, 커뮤니케이팅을 무조건 기본 기능으로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그 부문을 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