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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왕자도 농사짓는다? '농업 알고리즘'으로 식량문제 해결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⑩<인터뷰>피터 크리스찬 밀란이노빈시 이사장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평화 | 2016.03.25 06:01

# 농업은 농부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씨앗을 공급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생산된 작물을 보관할 사람도, 운송해줄 택배사도 있어야한다. 유통·판매자는 작물에 상품성을 불어넣는다. 농부가 감당하기 힘든 값비싼 장비를 구매하도록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도 중요하다. 이들 모두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 얼마나 생산성이 높아질까.

실제 이들로부터 데이터를 모아 패턴을 발견,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작물 생산성을 20% 끌어올린 네덜란드의 비영리 기업 밀란이노빈시(Milan Innovincy)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농업 밸류체인 사이의 정보격차를 줄이는 '스마트파밍'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밀란이노빈시의 이사장이자 마그리엣 네덜란드 공주의 셋째 아들, 즉 네덜란드 왕자인 피터 크리스찬은 농업에 IT기술을 접목시키면 농작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글로벌 IT보안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IT와 농업을 연결했다.

밀란이노빈시는 각각의 밸류체인 구성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 드론과 위성을 활용해 직접 생산한 이미지까지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모인다. 밀란이노빈시의 소프트웨어는 밸류체인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정보(어떤 부분에 물이 부족한지, 이상기후는 없는지 등)를 생산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절차를 통해 작물 손실을 20%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밀란이노빈시의 목표는 △기존 농경지의 생산성 강화 △새로운 경작지 개척 △작물관리 강화 등이다.

날씨, 작물상태, 유통상황 등의 정보들은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재생산된다. 모든 밸류체인의 생산계획을 최적화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2월 피터 크리스찬 이사장을 만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알고리즘'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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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왕자인 피터 크리스찬 밀란이노빈시 이사장

-이 분야의 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 전세계 약 10억명의 사람들이 매일 밤 배고픈 상태로 잠에 든다. 이 식량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더 심각해질 것이다. 밀란이노빈시는 농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기술적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드는게 목표다. 나중엔 세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 IT를 농업에 접목시킨 계기는?
▶ IT가 충분히 농업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에선 왕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되지 않는다. 자유롭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글로벌 IT 회사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던 전문성을 살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식량 안보가 중요한 문제고, 또 내가 열정을 바칠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농업에 IT기술을 활용한 케이스가 없었다. 하지만 농업은 모니터링과 관리가 매우 중요한 분야다. 작물 관리는 물론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서 정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데이터를 모아 의미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스마트파밍' 솔루션을 만들었다.

-정보를 생산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듣고 싶다.
▶ 농부들은 경작에 필요한 정보가 더 필요하고, 더 좋은 기계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투자한 곳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우리는 드론과 위성을 활용해 농장을 촬영한다. 밸류체인의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 우리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이 모든 활동을 최적화한다. 작물이 얼마나 익었는지 또는 질병의 징후는 없는지, 토양의 상태가 어떤지 등의 이미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낸다. 자체 소프트웨어인 IT 솔루션을 활용, 이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추출해 실시간으로 밸류체인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성했다. 스마트 인프라를 갖추면 밸류체인 구성원들 모두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클라우드의 역할은?
▶ 클라우드에서 △토양 모니터링 △스마트 파밍 △알고리즘 이 세단계가 연결된다. 이를 통해 자연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재해에 따른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향후 확장 계획은?
▶ 스마트파밍은 네덜란드에서 처음 적용시켰는데 작물 손실을 20%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최근에는 르완다에서 사탕수수 재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IT 기반 농업 플랫폼을 확장할 생각이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르완다에는 지질학자 한명을 파견해뒀고, 드론은 직접 다루기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메카닉 전문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생물학 등 여러 학계 전문가 들과의 교류도 지속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파트너쉽을 늘리며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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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이노빈시의 르완다 사탕수수밭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드론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