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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비디오가게, 같은 운명에 처한 자동차회사

[2016 키플랫폼 특별기고]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대표

페리 하 | 2016.03.31 06:3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에선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산업과 기업경영 환경을 조망할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한국의 모바일·소프트웨어 분야 등에 투자하고 있는 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대표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을 소개한 기고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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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설립자 겸 경영책임자/사진=머니투데이 자료
얼마 전 워성턴 D.C.에 방문해 이동할 때마다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 우버를 이용했다. 이틀 동안 8번 탔다. 예전처럼 렌트카를 얻거나 택시를 타지 않았다. 기술, 특히 스마트폰이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꿨다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 삶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서비스의 한계비용이 제로(0)인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옷을 팔기 위해 큰 돈을 들여 매장을 열지 않아도 된다. 불과 몇 백 달러로 온라인몰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객실이나 택시를 늘리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어졌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로 서비스 비용은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비스 한계비용 제로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우버와 리프트, 디디콰이디 등 카셰어링 기업들은 택시와 자동차 렌트 비즈니스의 미래를 바꿨다. 택시나 렌터카를 15만대 늘리려면 시간은 4년, 자금은 5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버는 차량 한 대 사지 않고도 1년이 안 돼 같은 효과를 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게임의 법칙'을 바꾼 것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자동차 제조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소유한 자동차가 운행되는 시간은 24시간 중 평균 1시간 12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운행되지 않는 긴 시간을 카셰어링에 활용한다면 이 시장은 20배 더 성장할 수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 시장의 성장은 신차 구매 수요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들엔 큰 위협이다. 대량생산라인과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은 자동차 제조사들을 위한 높은 진입장벽이 돼 줬다. 그런 면에서 지난 30년 넘게 새로운 자동차 기업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 간 합병이 더 많았다.

생산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자산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칙 아래서 자동차 소비자들은 소유가 아닌 경험을 원한다. 또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게임의 법칙은 진짜 바뀌었다. 과거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PC의 출현에 처했던, 비디오 대여업이 비디오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처했던 운명을 이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GM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수용했다. GM은 최근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카셰어링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동시에 GM 자동차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GM은 자동차 렌트 허브 네트워크를 미 전역에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네트워크로 들어와 차를 렌트하거나 리프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GM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GM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변화한 게임의 법칙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GM이 도전에 성공한다면 무인자동차와 소비자 분석이 성장의 핵심동인이 될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걱정이 된다. 자동차 산업의 다음 단계를 대비한 경쟁 노력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자동차가 과감히 나서 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