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언급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선 안돼"

[2024 키플랫폼] 대니 메자 레이븐그룹 파트너 인터뷰

정한결 | 2024.04.30 06:00

image
대니 메자 레이븐 그룹 파트너가 25일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2024 키플랫폼' 특별세션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2024 미국의 선택'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백악관이 미국 정치의 중심인 줄 알았습니다. 막상 워싱턴 DC에 와보니, 수도의 모든 사람이 캐피틀 힐(미 국회의사당)만 지켜봤습니다."

미국 정치 전문가 대니 메자 레이븐 그룹 파트너의 말이다. 메자 파트너는 미국 하원 수석 보좌관, 상무부·국무부 선임 고문을 지낸 미국 정관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칩스액트)' 시행을 위한 실무를 봤고, 현재는 전 법무부 장관 로버트 레이븐이 2001년 설립한 전략 커뮤니케이션 기업 '레이븐그룹'의 파트너를 맡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에서 그를 만나 한국 기업과 정부에 충격을 줬던 IRA와 미국 대선에 관해 물었다.

메자 파트너는 IRA의 추진 과정이 명백하게 공개된 법안이었다고 말한다. 2022년 미 의회가 IRA를 제정할 당시, 한국 기업과 정부는 사전 대응 및 파악이 '불가능했다'며 이를 '기습통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메자 파트너는 "의회 내 공개적인 논의가 있었고, 백악관과 정부도 강력하게 추진했던 법"이라며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회에)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는 유권자·비영리단체·기업·해외국가 등 다양한 단체로부터 합법적으로 로비를 받는다. 각 단체는 로비 경쟁을 뚫고 정책에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의회와 일찌감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IRA처럼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발생한 뒤 의회에 접촉한들 이미 늦었다는 설명이다. 메자 파트너는 "미국과 안정적이고, 장기적이자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국가가 목적을 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주목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미국 의회에 먼저 접촉하라고 조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현행 정책을 강화하거나 유지하려면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주한미군 철수, IRA 혜택 재조정,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한국에 불이익이 갈 수 있는 행정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를 의회가 견제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지원 및 국방 관련 문제로 의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미국 헌법상 의회가 FTA 등 미국의 해외 무역 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쥐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메자 파트너는 "각국이 백악관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의회가 IRA와 칩스액트를 만들었다"며 "행정부와의 접촉도 필요하지만, 의회도 미 정치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메자 파트너가 소속된 레이븐 그룹은 현재 민주당 선거 캠프에 자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각국이 공화당에도 꾸준히 접촉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메자 파트너는 "일반적으로 양당과 항상 일정 수준의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 바구니, 한 당에 모든 달걀을 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도)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말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지 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