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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자동차 딜러 전문 교육기관 이노뱀(Innovam)이 제작한 딜러 교육 앱. 앱을 이용해 교육자료를 스캔하면 애니메이션이 작동한다. 이미지는 선박 교육 앱이다. /사진=하세린 기자 |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자동차 딜러 전문 교육기관 이노뱀(Innovam). 지난 1월 이곳에서 만난 베른트-얀 루이 글로벌 사업 담당 매니저가 자동차 부품이 그려진 종이 위로 아이패드를 들어 올리자 부품은 3차원 이미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의 대신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법으로 딜러들이 숙지해야 할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동차가 ‘고철 덩어리’에서 ‘바퀴가 있는 아이패드’로 탈바꿈하는 동안 이노뱀의 딜러 교육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노뱀은 철저히 실무 중심으로 교육하며 이제 이론은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이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학습의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학습법을 채택한 결과다.
1948년 설립된 오래된 기관이지만 닛산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등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선택할 만큼 이노뱀은 글로벌 딜러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2014년 기준 3290만유로(약 432억14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이 이노뱀의 리오 프랜슨 CEO(최고경영자)와 베른트-얀 루이 글로벌 사업 담당 매니저를 만나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딜러십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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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뱀의 리오 프랜슨 CEO(최고경영자·오른쪽)과 베른트-얀 루이 글로벌 사업 담당 매니저. /사진=하세린 기자 |
-회사 옆에 이노뱀 칼리지(Innovam Automotive College)가 있는 게 이색적이다.
▶이노뱀은 직업학교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4년간 자동차정비 학교에서 철저히 실무 위주로 교육을 받는다. 수업의 약 50%를 차지하는 이론 부분은 온라인으로 듣는다. 1년에 6000명 정도가 이곳에서 전문 교육을 받는다. 일주일에 4일은 대리점에서 일하고 하루는 이곳에 와서 교육을 받는다.
-독특한 교육방식인 것 같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전세계 학교들의 문제는 교육이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우리와 같은 전문적인 트레이닝 업체를 선택해 직원들이 1년에 한두번 교육을 받도록 한다. 더 좋은 딜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노뱀은 이처럼 산업과 교육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네덜란드 딜러협회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그리고 딜러노조가 이노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기업과 노조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네덜란드에선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현대·기아차와도 협력을 많이 했나?
▶2009~2014년 기아차와 많이 일했다. 기아차가 네덜란드에서 영업을 한 이래 항상 함께 일했다. 지난해까진 한국과 네덜란드 등 전 세계에 있는 기아차 딜러들을 모두 교육시켰다. 새 모델 출시부터 딜러 코칭 프로그램을 모두 담당했다.
-한국 자동차 업체의 한국 딜러를 네덜란드 업체가 교육시킨다는 게 생소하다.
▶어느 모델이라도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80%는 같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 나머지 20%는 각각의 지역 특성에 맞게 변화를 준다.
-딜러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알아야 하나.
▶딜러들은 자동차의 전선배치부터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네덜란드의 자동차 정비 부문 교육 수준은 굉장히 높다. 이노뱀에서 일하는 45명의 정비공들은 모두 교육자격증도 있다. 트레이닝은 전문 직업이다.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많이 장착되는 등 변화가 빠르다.
▶자동차 자체의 연결성, 운전자와의 소통 등 현재 상상하는 모든 게 현실화 될 것이다. IT 부문의 변화를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 구성부터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로 등 모든 게 바뀔 것이다. 딜러 트레이닝 방법도 이미 변화했지 않은가? 이젠 모든 교육이 인터넷에 기반하고 AR을 비롯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닛산이 생산하는 모든 모델에 대한 정보가 하나의 앱에 담겨있다. 서류로는 이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 앱을 이용해 교육자료를 스캔하면 애니메이션이 작동한다. 줌인·아웃을 하면서 입체적으로 정보를 볼 수 있다. AR을 이용한 자료를 보여주면 젊은이들은 “이미 본 것”이라며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게 복잡하다며 잘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빨리 나이가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웃음)
-교육이 편리해진 것 같다.
▶물론이다. 트레이닝 센터를 직접 찾아오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질문이 있으면 온라인 상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노뱀은 구글과 같은 자동차 딜러 전문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에 있는 정보가 100%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우리 포털의 답은 100% 정확하다.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네덜란드에선 정부 보조금과 세금 혜택 때문에 전기차를 많이 이용하지만 이게 없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부 보조금은 아마 내년에 없어질 것이다. 배터리 발전 속도가 지금처럼 더디다면 수소차 등 다른 형태의 자동차가 전기차를 대체할 수도 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하이브리드는 살아 남아도 지금과 같은 배터리 성능으로 순수 전기차가 살아남긴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