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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소경제 보러 온 독일 연구자가 실망한 이유

[2020 키플랫폼]알렉산더 렌너 주한 독일 대사관 과학기술 참사관

정경훈 권혜민 | 2020.05.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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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렌너 주한 독일 대사관 과학기술 담당 참사관이 28일 오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0 키플랫폼' 분과회의(국가과학기술 체계 패러다임 시프트와 오픈 사이언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한국에선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술적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어 때로는 유럽 연구자들과 협력이 어렵습니다."

알렉산더 렌너 주한 독일 대사관 과학기술 참사관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한·독 기술 교류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과 함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렌너 참사관은 "최근 덮쳐온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더불어 기후변화, 생태다양성 위기, AI(인공지능) 윤리 문제 등 전세계가 공동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가 상존한다"며 "거대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사람이 함께 모여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한국은 원래 혁신성이 높고 다양한 분야 연구 기반이 잘 확립돼 있는 나라"라며 "독일도 한국과 손잡고 함께 연구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렌너 참사관은 "한국과 독일의 과학기술 교류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연구는 기술적인 시각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가 제시한 문제점이다. 기술 발전에 집중하다보니 사회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기술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수소경제가 대표 사례다. 렌너 참사관은 "한국은 수소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독일 연구자들이 한국에 와서 실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수소기술이 만들어진 뒤 수소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렌너 참사관은 "독일의 입장에선 한국과 공동 연구를 한다면 수소기술 자체와 더불어 기술이 현재, 미래의 사회와 삶에 미칠 영향력까지 논해보고 싶지만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더불어 인문·사회학까지 연구하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사무소가 한국에는 들어서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잦은 인사 이동 등도 문제로 꼽았다. 렌너 참사관은 "한·독 기술 교류를 증진하려면 한국의 연구 관련 제도가 정말 좋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며 "6개월에 한 번씩 한국 측 교류 담당자가 바뀌는 등 공동 연구를 지속해나가기 힘든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렌너 참사관은 발표 내용에 대해 "한국의 체제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한·독 공동 연구의 협력의 발판을 다지자는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게 도움 받는 나라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강국"이라며 "과학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한국과 기술·학술 발전의 길을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