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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단속 대명사 '가초', 빅데이터로 사고 줄인다

[2016 키플랫폼: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 <인터뷰-31> 티모 가초나이드 센시스가초그룹 CTO

암스테르담(네덜란드)=김평화 | 2016.04.21 06:01

'I am gatsoed'. 유럽에서 '교통단속에 걸렸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유럽에서 '신호위반·과속 단속 카메라'를 생산·판매하며 교통단속의 대명사로 통하는 센시스가초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센시스가초그룹의 전신 가초미터는 1965년 교통신호와 센서를 연계시킨 교통단속기를 처음 시장에 내놨다.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교통단속기 시장 점유율 2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8년 역사 '노장' 기업의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진화다. 이 회사는 매출의 20% 이상을 R&D(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한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경쟁력을 지켰다.

지난해 M&A(인수합병)을 통해 스웨덴 센시스에 인수되면서 가초미터의 CEO(최고경영자)였던 티모 가초나이드는 센시스가초그룹의 2대주주 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됐지만 그의 주인의식은 그대로다. 회사 규모를 키워 더 좋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125만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5000만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신호위반과 음주운전, 안전밸트 미착용, 주행 중 통화 등 나쁜 운전 습관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티모 CTO는 "우리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도로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은 철학으로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에 투자해 얻은 기술력이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의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지난 2월 티모 CTO를 만나 센시스가초그룹이 빅데이터를 교통안전에 활용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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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 가초나이드 센시스가초그룹 CTO(기술이사)

- 사업체로서 비즈니스보다 도로 안전성이 우선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 모든 운전자들이 속도를 5% 줄이면 충돌사고가 2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교통문제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연관됐다. 우리는 교통 전문가로서 대기오염을 줄이고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적의 해법을 개발해 제공한다. 이런 점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 R&D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인력 중 30% 정도다. 핵심 역량이 아닌 부문은 웬만하면 아웃소싱하지만 협력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빅데이터 활용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개발에 투자해 첨단장비를 개발했다. 다양한 교통 상황에 대한 솔루션을 갖추기 위해 R&D는 필수다. 어떻게 하면 과속, 신호위반 등 사고를 유발할 부정적인 행동(Negative behavior)를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 운전자의 행동을 어떻게 분석하나.
▶ 안전벨트를 하지 않거나 주행 중 통화하는 것은 부정적 행동으로 분류된다. 과속이나 신호위반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교통안전에 영향을 줄만한 여러 요소들을 하나하나 데이터로 만든다. 단속 카메라나 위성, 스마트폰을 통해 이 데이터들을 얻고, 이를 분석해 정보를 얻는다. 이 정보를 시스템 솔루션에 적용시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 지난해 여름 스웨덴 센시스(Sensys) 그룹에 합병됐는데.
▶ 요즘 교통단속장치 회사들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외연을 키워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추세다. 합병을 통해 전문가들 간 교류가 쉬워졌고, 각각의 역량을 활용해 서로 지원해줄 수 있게 됐다. 사업 확장을 위한 파이낸싱도 보다 수월해졌다. 더 큰 그룹이 되면서 기술력도 강해졌다.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교통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회사의 모토를 이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 해외 시장 공략은 어떻게 하나.
▶ 예전엔 현지의 에이전트를 활용했는데, 요즘에는 이를 병행하며 조금 더 깊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속 카메라 설치부터, 데이터 수집, 통행요금 징수 등 모든 시스템을 한번에 제공한다. 각 지역이나 국가별로 심사 기준이 다르다. 관련 법도 다르다. 우리 제품을 적용시키기 위해 사전에 관계자들과 만나 심층적으로 인터뷰해야 하는 이유다. 그 결과를 토대로 단계별, 분야별로 나눠 철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재 50여 개국에서 우리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 요즘 집중하는 분야는.
▶ 셀프-드라이빙카(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ICT 기술이 자동차에 완벽히 적용된다면 도로의 안전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개발한 카메라 시스템 '티시리즈'(T-series)는 주행 중인 차량의 속도와 번호판 등을 통행량이 매우 많을 때도 쉽게 측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