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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영사관 공격에 대한 이란 보복, 신중하고 제한적"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72_"이란 보복 공격 가능성에 긴장감 커지는 중동"

최성근 김상희 | 2024.04.14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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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을 향해 응징을 예고했고 헤즈볼라도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 배경과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짚어봤다.



이스라엘, 국제 여론 무마·정치 생명 유지 위해 공격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영사관 폭격이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나빠진 국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일으켰고 오폭으로 구호단체 직원까지 사망했다. 또 다수의 피난민이 몰려있는 남부 라파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승인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만 묶여있을 경우 국제 여론상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이란이 보복하면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 속에 헤즈볼라와 이란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여 불리한 국제 여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이 긴장을 확대시켜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국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예루살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조기 총선, 인질 협상 합의를 촉구하는 10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이스라엘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이란과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란이 보복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네타냐후 정부는 군사안보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국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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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복 조치,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다수의 중동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폭격 사태 이후 이란이 즉각 보복에 나서지 않고 10일 넘도록 지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란이 확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신중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보복에 앞서 좀 더 정교한 방법과 대상을 선택하기 위해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거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 피습 이후 이라크 미군 기지에 보복 공격을 했는데 사전에 보복 대상에 대한 정보를 미리 흘려줌으로써 확전 가능성을 회피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고 해외 이스라엘 영사관이나 이스라엘 해안가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란이 지금까지 보복을 지체한 것은 그만큼 확전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고, 사전에 이스라엘에게 정보를 흘려주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확전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이 확전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폭격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이란이 가능한 보복 옵션으로 시리아에 있는 골란고원을 타격할 수 있다"며 "골란고원은 원래 시리아 영토인데 이스라엘 군대가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셈이어서 이란이 이곳에 폭격을 해도 시리아에게 항의 받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이 후티 반군이나 헤즈볼라, 민병대 등 이른바 '프록시(Proxy, 대리 세력)'로 불리는 무장단체를 활용해 이스라엘 선박이나 국경지대에서의 공격을 감행할 가능서도 제기된다. 섣불리 보복했다가 이스라엘에게 레바논 침공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 위기를 감수한 대규모 보복이나 응징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보복 조치가 일정 수준을 넘거나 예상을 벗어나 이스라엘의 피해가 커질 경우, 이스라엘이 이를 빌미로 레바논을 침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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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정치인, 정부 관리들과 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반드시 뺨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 4. 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미국 대선, 중요 변수로 작용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 위기의 실마리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달려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태가 악화될 경우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권형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군사적 피해는 물론이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이란과 미국은 확전 시 잃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서로 확전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백승훈 교수는 "네타냐후 정권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하마스 고위직이나 요인 암살 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군사안보적 목표를 달성하면서 미국 대선 즈음에 가서 협상안을 제시해 차기 대통령이 원하는 외교적 선물을 안겨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며 "만약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면 좀 더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국내외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에게 트럼프 재선이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지향 중동센터장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대선의 승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네타냐후가 사퇴하고 조기 총선 할 이유가 없다"며 "네탸냐후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국내외적인 고립 상황에서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