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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회사' 코닝, 전세계 스마트폰 싹쓸이 비결은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3>로리 해밀턴 코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스 상용기술사업부 이사

하세린 | 2016.05.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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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L. 해밀턴 코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스 상용기술사업부 이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의 개막식에서 'K-유니콘 생태계 조성방안'에 관한 총회 리포트를 하고 있다.

한때 그릇 브랜드 '코렐'로 유명세를 떨쳤던 회사는 이제 모바일과 가전제품, 매연저감장치, 통신 및 생명 과학 분야의 핵심 부품을 만들고 있다. 유리로 165년을 장수한 기업 코닝의 얘기다.

1851년 설립된 코닝은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에 사용할 유리를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받은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빛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광섬유도 코닝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1998년 그릇 관련 사업을 과감히 매각, 통신 등 혁신 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커버글래스, 즉 유리가 사용된 것도 코닝으로 인해 가능했다. 2007년 발표된 아이폰에 쓰인 화면이 코닝의 글래스였다.

2008년부터는 삼성전자 (78,600원 상승3100 4.11%)LG전자 (92,200원 상승600 -0.65%) 등이 자사 플래그십 제품에 코닝의 커버글래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플라스틱 중심이었던 스마트폰 화면 시장에서 코닝이 커버글래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다.

지난달 28~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강연자로 나선 로리 해밀턴 코닝 글래스 테크놀로지스 상용기술사업부 이사와 코닝의 혁신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오랜 역사에도 코닝은 업계 선두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을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소재 회사로서는 드물게 매출의 8~10%를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 당장의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20~30년 후 미래 성장가치를 보고 차별화된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투자원칙 때문이다.

또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코닝은 '혁신 레시피'(Innovation Recipe)라는 일종의 혁신을 위한 틀(framework)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적은 것이다. 고객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알기 위해서 업계 선두주자들의 비전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닝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왔다.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면.
▶코닝이 포드자동차의 컨셉카인 GT의 전면유리로 강화유리 '고릴라글래스'를 공급하게 된 것을 보자. 코닝이 포드와 접촉한 것이 5년 전이다. 그동안 코닝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매연저감장치 개발로 포드와 4년째 일하고 있었다. 이후 포드가 컨셉카를 만드는데 코닝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고, 일년간 수백번의 테스트를 거쳐 새로운 고릴라글래스를 GT에 적용할 수 있었다.

-고객사들이 토로하는 난제는 무엇인가.
▶코닝은 고객사들이 오늘이나 내일 당장 어떤 물건을 원할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더 장기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코닝이 '유리와 함께 하는 하루'(아래 영상)라는 로드맵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유리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를 상상해본 것이다.



-유리와 함께 한 하루라는 영상이 나온지도 5년이 됐다. 5년이 지난 지금, 코닝이 내다봤던 미래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는데.
▶사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부분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영상을 만들었을 때, 그건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였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실현된다기보다는 고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유리화 함께 하는 하루에 나오는 미래는 코닝뿐 아니라 코닝의 파트너사와 고객 등 밸류체인 전체가 대응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를 경제적인 방법으로 가능케 하는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도 중요하다.

-코닝이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디스플레이가 더 인터렉티브한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냉장고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나 회의용 탁자에 비춰지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물에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계속 연구중이다.

또 다른 분야는 자동차다. 그동안 디스플레이는 자동차에서 지극히 단순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래에는 자율주행차 등이 대세를 이룰 것이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도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운전을 하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그 경우 자동차 내부에 디스플레이나 센서 등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궁금하다.
▶다수의 한국 전자제품, 자동차 제조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소재가 적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코닝의 제품은 대체로 제품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저게 코닝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소비자들이 눈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코닝 제품은 스마트폰의 커버글래스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칩을 제조하는 인텔과 같이 우리 제품은 상품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따로 제품을 홍보하는 일은 드물다. 고릴라글래스가 이례적으로 제품을 홍보한 사례다.

-글로벌 회사 코닝에게 글로벌 전략이 있다면.
▶글로벌 전략이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어디 있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화 하자'라고 외치기보다는 '전 세계 어느 시장에도 우리가 가장 빨리 진출하자' 정도가 모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