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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전문가의 혁신 비법…"실패하라! 단, 빛나게!"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8>폴 이스케 마스트릭트대학교 교수 및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낸스 공동 설립자

박소연 | 2016.05.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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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이스케 마스트릭트 대학교 교수 및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낸스 공동 설립자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 분과세션에서 '차세대 금융 개론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유니콘 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실패'를 꼽는다. 유니콘 기업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비즈니스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간다.

금융산업의 개방적 혁신과 벤처 창업분야에 정통한 폴 이스케 마스트릭트대학교 교수도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네덜란드 ABN AMRO 은행에서 18년간 최고소통책임자(Chief Dialogues Officer)와 혁신부장(Head of Innovation)을 역임하기도 한 폴 교수는 '빛나는 실패 연구소'(Institute of Brilliant Failures)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달 28~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의 강연자로 나선 폴 교수에게 어떻게 하면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 들어봤다.

-'빛나는 실패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한다. 무엇을 하는 곳인가.
▶매우 진지한 연구기관이다. 사업하다 파산한 사람들을 연구한다. 많은 이들은 유능한 사업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파산 후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느낀다. 재기할 경우 초심자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절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통해 깨달은 건 사람들이 위험요인 때문에 겁먹고 도망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목표는 실패한 후 새로 시작할 때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특히 실패의 경험을 두려움 없이 말하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그 경험에서 많은 교훈과 배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뿐 아니라 다른 사업이나 스포츠, 교육에도 해당한다. 연구소는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이 있음을 깨닫도록 한다.

정부와 연계해 의료분야에서 가장 훌륭한 실패(brilliant failure)를 한 이에게 상을 수여하기도 하고, 전쟁이나 쓰나미, 에볼라와 같은 어려운 분야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이들에게도 상을 준다.

-빛나는 실패의 요건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아무 의미 없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면 빛나는 실패라 할 수 없다. 준비부족이나 어리석은 실수 등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또 반드시 새로운 것을 성취해야 한다. 실패로부터 뭔가 배워야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도 빛나는 실패다.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을 위해선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단 점을 인정해야 한다. 방 한구석에 머물거나 안주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 밖으로 나가 보통의 과정에서 일탈하고 기존 제품의 규칙을 깨뜨리는 혁신을 해야 한다.

-ABN AMRO 은행에서 '최고소통책임자'를 역임했다. 생소한 직책인데 어떤 일을 하는가.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직함 중 최고소통책임자가 가장 자랑스럽다. 스스로 만든 건데, 10년 넘도록 아직 유일한 최고소통책임자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없다.(웃음) 내 지식과 다른 사람의 지식을 공유하면 결국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이게 대화와 소통의 힘이다.

최고소통책임자는 사람들이 함께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연결을 돕는다. 서로 대화를 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함께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모두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은 어디에나 있고 네트워크가 막대하다. 은행에서 소통을 잘 활용하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금융계에서 혁신이 왜 특별히 중요한가.
▶금융은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금융을 혼자 할 수는 없고, 파트너와 함께하며 혁신해야 한다.

지불 기능의 경우 오늘날 사람들은 모바일, 페이팔(온라인 결재방식) 등 전혀 새로운 방식을 이용한다. 금융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이런 새로운 서비스 공급자들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한쪽은 창조적인 역량과 아이디어가 있고 한쪽은 돈과 네트워크, 고객이 있는 경우 한 팀이 돼서 일하면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혁신을 실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은 '우리가 뭘 함께 할 수 있을까?'다. 누구도 자기 혼자서는 뛰어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기와 극복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장 큰 위기는 불평등이라고 본다. 최소한의 먹고 살 수 있는 기반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똑똑하고 열심히 일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차이는 갈수록 커진다. 시리아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도 차이와 불평등 때문이다. 차이가 커지면 금융에선 보안 등이 불안해져 불안정과 격동이 발생하고 지속가능성이 저해된다.

-한국 기업의 혁신을 위해 조언한다면.
▶한국과 네덜란드의 닮은 점은 비교적 좁은 면적을 가졌단 것이다.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국은 삼성, LG 등 대기업을 유지하는 데 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돈이 이전 시대의 산업에 갇혀 있다. 돈과 자원을 다음 시대를 위해 개방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은 비교적 스스로 성취한 측면이 있는데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는 훨씬 더 열린 사고로 해외와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