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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알파고? 늦지 않았다. 단 꼭 해야 한다"

[2016 키플랫폼: '4차 산업혁명' 글로벌 리더를 만나다]<인터뷰-10>페리 하 드래이퍼아테나 대표

방윤영 | 2016.05.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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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하 드래이퍼 아테나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지금과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은 어느 정도로 준비가 돼 있을까.

이세돌 9단과 구글 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도 '한국형 알파고' 개발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AI를 포함한 지능정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6개 대기업도 한 데 모여 AI R&D(연구·개발)을 위한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열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분야 선점을 위한 빠른 대응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구글 등 AI 분야 선도 국가, 기업 보다 한 발 늦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서울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드래이퍼 아테나의 페리 하 대표는 이에 대해 "IT(정보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이다"며 "절대 늦지는 않았지만, 단 반드시 해야 하는 것"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6 키플랫폼'(K.E.Y. PLATFORM 2016)에 참석한 하 대표는 특별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한국의 대응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이 늦지 않았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소수 기업 사례만 언론에 보도됐을 뿐 아직 AI 등 기술이 상품화된 상태는 아니다. 한국이 늦었다고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이제라도 반드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알파고 이후 발표된) 정부의 지원정책은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다. AI, 가상현실(VR) 등은 결국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느냐에서 기술 차이가 생긴다.

한국은 SW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다. 전국에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지만 SW에만 집중하는 센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기의식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SW 산업이란 무엇인가.
▶SW라 하면 '앱 개발'만 떠올리기 쉽지만 범위가 굉장히 넓다. 가장 기본적인 모바일 앱 개발을 비롯, 프론트엔드(사용자가 볼 수 있는 디자인 등 기술), 백엔드(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 다루는 기술), 데이터처리 등의 기술이 모두 모여야 하나의 SW를 완성할 수 있다.

SW를 완성하는 각각의 기술을 보유해야 산업이 형성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하드웨어(HW)에서 SW로 세대교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컴퓨터공학을 장려하고 SW 역량을 키우는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카셰어링 서비스와 테슬라 등의 사례를 들며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파괴적 혁신은 어떤 기업 하나가 선도한다기 보다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도 기회가 있다.

기업 생태계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스타트업이 IT를 활용한 비즈니스 산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IT 중심의 비즈니스는 대기업이 뛰어든다고 해서 중기·스타트업보다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삼각형 구조에서 밑부분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한국은 파괴적 혁신을 위해 기존에 잘하던 분야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콘텐츠, 애니메이션, 소재 기술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국내 시장이 거의 죽었다. 인도나 중국으로 많이 넘어갔는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