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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다가온 탈중앙화 시대, 당신의 선택은?

[2018 키플랫폼 - 탈중앙화: 광란의 신세계]공정·참여·투명 가치 좇는 '블록체인 세대',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키플랫폼 특별취재팀 | 2018.03.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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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다시 숨을 쉬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올 들어 미국, EU(유럽연합)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마침내 QE(양적완화) 종결을 선언했다. 저성장, 디플레이션 등이 지정학적 위기의 전지구적 전파·확산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를 옭아맸던 지난 10년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주변부 기층의 자각이 일어났다.

1980년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서 출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 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는 주류 산업, 특히 금융산업과 이를 통제하는 중앙집중화 시스템을 의심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중앙시스템과 운용 대리인(정부, 공무원, 정치인 등)에 대한 대안 찾기가 시작됐다.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의 심층취재 결과 현재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이 찾고 있는 대안은 바로 블록체인이었다. 강력한 보안 체계 속에서 사실 입증에 대한 책임을 나눔으로써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특히 탈중앙화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기술로 기존 가치와 시스템의 와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경제 세대, 탈중앙화로 진화=키플랫폼은 지난해 9월부터 특별취재팀을 꾸려 전 세계 50곳의 유력 블록체인 기업들을 만났다. 또 탈중앙화 철학과 디지털경제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글로벌 기업 연구센터 및 연구기관 연구원, 대학 교수 등 50명을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탈중앙화는 단지 중앙집권적 정부가 보여준 병목과 비효율에 대한 반발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보다 더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열광했던 공유경제 기업들(우버, 에어비앤비 등)이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흡수해 더 크게 성장한 거대 플랫폼기업들(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이 사용자 개인의 데이터를 독과점한 것도 탈중앙화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 했다.

'나'의 데이터가 보호되고, 데이터 유통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는 디지털 경제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속성과 일치한다. 디지털경제는 그동안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등 산업기술을 통한 생산성 혁신으로만 이해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 최종 소비자들은 디지털경제에서 분산 신뢰 네트워크나 오픈소스 참여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경험을 하며 진화하고 있다.

◇"내 데이터는 나의 것, 공짜는 없다"=기초자산이 없는 암호화폐 혹은 토큰에 열광하는 것도 공정한 경제적 보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거대 금융기관이나 거대 플랫폼 기업이 가져간 나의 '참여 데이터'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믿음이다. 특히 e-스포츠 등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게임 화폐'와 '실제 화폐' 간 호환은 일상이다. 익숙한 만큼 쏠림현상도 나타났고, 그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 투자는 투기일 뿐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토큰경제)와 분리된다." "블록체인은 그 기술 자체만 대기업들에 차용될 것이다." 이같은 생각들로는 탈중앙화를 갈망하는 이들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블록체인이 단지 기술에 불과하고, 시장에서나 다뤄진다고 여기는 다수 관료와 정치인들의 생각도 오판이다. 블록체인이 기술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이 내포한 탈중앙화는 지금 시대적 변화의 핵심 동인이다.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오고(참여성), 나와 관련된 데이터를 하나도 공짜로 줄 수 없으며(공정성), 중앙시스템을 무조건 믿지 않고 투명한 기술네트워크를 믿는(투명성) 이들이 주류가 될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광란(frenzy)'을 원한다. 평범한 사람들인 이들의 요구를 읽지 못하면 기존 주류세대는 '혼돈의 광란'을 맞을 지 모른다.

다음 달 19~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18 키플랫폼'은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탈중앙화의 미래를 시현하고, 그 선제적 준비에 필요한 사안들을 점검한다. 또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각 분야별 전략도 모색한다. 이를 위해 탈중앙화 기술과 관련 산업의 양대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블록체인 기업 20곳을 초청했다. 디지털경제를 가속화할 혁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글로벌 혁신기업도 초청해 한국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도 갖는다.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정진우·조철희·추정남·김상희 기자, 최일태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