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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트럼프의 뇌구조…고정관념 파괴하는 "Why?"

[2019 키플랫폼]트럼프 심층분석…"기존 가정 파괴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금융수단으로 상대 제압"

워싱턴DC(미국)=조철희 김상희 | 2019.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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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시 예측불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노딜 하노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 시도 등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혼란을 일으킨 게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지난주엔 미 재무부 대북제재 철회 지시로 또 한번 판을 흔들었다.

리세션(recession) 우려가 다시 커지는 글로벌 경제도 곳곳에서 트럼프가 판을 쥐고 흔든다. 당장 글로벌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미중 무역전쟁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이 협상에서도 그는 언제나 예측불허다.

트럼프의 미국 정계 등장 이후 줄곧 제기돼 왔지만 여전히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다. 바로 '트럼프는 누구인가?',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 특별취재팀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해리티지재단과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를 비롯해 조지워싱턴대, 롱아일랜드대 등에서 정치외교 전문가들을 취재했다. 취재팀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아닌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

트럼프는 자신만의 특별한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본다. 50년 동안 비즈니스맨이었던 그는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으로 나눠 상대를 대한다. 트럼프는 항상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묻는다. "왜(Why)?"라고.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트럼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보통의 정치인(normal politician)이 아니다. 아니 사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Why 男=트럼프의 참모들은 그에게서 매우 간단하지만 파괴적인 질문을 항상 받는다. 바로 'Why?'다. 일례로 중국과 교류하려면 공개적으로 대만과 교류할 수 없는 것이 국제 관례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트럼프는 "왜 그 가정들이 여전히 유효한가?", "왜 과거의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자신이 취임하기 전 IS(이슬람국가)를 격퇴하겠다며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한데 대해서는 "왜 우리가 시리아에 있는가?", "그래서 미국인들이 행복한가?"라고 물으며 주둔 미군을 철수시켰다. 트럼프는 항상 "아직도 그것이 사실이냐(Is that still true)?"고 확인한다.

트럼프의 이같은 질문과 사고방식은 그동안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여겼던 가정(assumption)을 파괴한다. 그래서 모두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 트럼프 분석 전문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의 많은 정책에 반대하지만 적어도 그가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선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어떤 면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 문제를 대할 때 트럼프의 이같은 모습을 닮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왜 북한과 대화할 수 없죠?", "왜 통일을 이야기하면 안되죠?"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이낸셜 렌즈=전 세계 대부분의 대통령과 수상은 정치인이나 외교가, 간혹 군인 출신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 정치외교적, 군사안보적 렌즈로 세상을 본다. 그러나 트럼프가 낀 렌즈는 다르다. 부동산 사업을 50년 넘게 한 그는 돈·금융의 렌즈(financial lens)로 세상을 본다.

특히 위기(crisis)를 대하는 방식에서 이같은 특성이 드러난다. 북한, 이란, 터키 등의 문제를 다룰 때 그의 첫 반응은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이지 않았다. 금융적이었다. 그의 정치·외교·군사적 반응은 스탠다드하고, 대부분 짜여진 대본에 따라 하는 것이다. 진짜는 그가 금융수단(financial tools)을 쓰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한 첫 반응으로 금융제재를 취했다. 2005년 마카오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보다 강력한 방식으로 중국의 은행과 기업들까지 제재했다. 이란 문제에서도 귀금속 거래, 달러 구매, 국채 발행, 에너지, 금융 등을 제재해 결국 리얄화 가치를 무너뜨렸다. 터키에도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좋은 고객, 나쁜 고객=트럼프는 국제무대에서 상대국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나 클라이언트(client·고객)으로 대한다. 다만 반드시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으로 나눈다. 당연히 자신과 미국에 이익이 되면 좋은 고객, 아니면 나쁜 고객이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자신과 미국에 미수금이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30일, 60일, 90일의 미수금 상환 기한을 두고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을 가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30일 안에 상환하기가 힘들다. 여기까지는 트럼프도 이해한다. 그렇다면 60일 안에는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이때까지 갚기는 커녕 90일마저 넘기면 트럼프는 그 상대를 나쁜 고객으로 규정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비핵화 관련 조치를 미국에 입증하려 애썼던 모습은 그가 '60일 전에 미수금을 갚는 나는 좋은 고객'이라고 트럼프에 어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지의 첨단: 내일을 만나다'(Edge of the Frontier: Meet the Tomorrows)를 주제로 다음달 25~26일 열리는 '2019 키플랫폼'에선 미국의 트럼프 분석 전문가들이 연사로 무대에 올라 트럼프의 사고방식과 정치전략 등을 심층해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