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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넘어 '디지털협업인프라' 선도…'K사이언스' 도약 기회"

[2020 키플랫폼-키맨 인터뷰]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류준영 | 2020.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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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윤 KISTI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과학기술 영역에서 대면 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디지털 협업 인프라’를 조성하겠습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학술연구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이끌었는데 특히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비대면 R&D(연구·개발) 방식과 이를 가능케 하는 협업 환경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비대면이 가능한 ‘안전한 R&D 협업환경’ 구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아젠다”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팬데믹 팬더모니엄 이후(포스트 팬더모니엄) 새롭게 펼쳐질 미래상과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솔루션들을 제시할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에서 오는 28일 오후 특별세션 기조강연자로 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개방형 과학)를 주제로 강연한다.

“오픈 사이언스는 과학계의 오래된 연구규범이죠. 코로나19 사태 후 오픈 사이언스는 새로운 공공정책 수단으로 재부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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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윤 KISTI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12개국 과학기술정책 수장들은 긴급 유선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공유·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선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연구 데이터를 빠르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적극 협력하는 오픈 사이언스가 강조됐다. 오픈 사이언스에 지금껏 보수적이던 과학기술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빠른 전환을 꿰하게 된 것이다.

최 원장은 KISTI 입사 후 오픈 사이언스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2008년 ‘코리아 사이언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한국의 과학기술 정보를 해외에 전하는 사이트다.

“그때 한국은 과학정보수입국이었죠. 과학의 불모지였으니까 해외정보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어요. 비록 해외 저널에 실리기 힘든 작은 연구성과라 할지라도 우리 과학기술정보를 먼저 제공하면서 선진국과의 협업을 이끌어야 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일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말이죠.”

최 원장은 과학기술정보기관이 모인 국제협의체 세계과학기술정보위원회(ICSTI) 부회장 시절, 세계 과학기술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사이트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이동통신사 KT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KISTI와 함께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3년간 약 120억 원을 투자한다. KISTI는 여기서 ‘데이터 기반 감염병 예측 기술’ 개발 지원을 맡았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2000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세계 빈곤퇴치와 질병 예방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기업(KT)과 공공기관(KISTI)이 공동으로 국제 사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류의 건강·생명 등의 보편적 가치 이슈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협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겁니다.”

KISTI가 주목된 이유는 데이터 사이언스 부문에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해서다. 최 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KISTI는 그간 축적된 과학기술 정보역량을 연구 데이터 분야로 확대한 플랫폼 ‘데이터온(DataON)’과 기존 과학기술정보서비스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는 다양한 지식 인프라를 통합·연계한 ‘사이언스온’(ScienceON)을 구축했다.

두 플랫폼은 현재 국내외 코로나19 관련 공공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후보 약물 탐색과 약물반응 예측 등에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을 지원하고 있다. 누리온은 2만 개가 넘는 감염병 치료제 화합물을 보유한 ‘켐아카이브’(ChemRxiv)에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누리온의 능력은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13위(2018년 11월 기준) 수준이다. KISTI는 이 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국, EU(유럽연합) 등 17개국 과학기술 정보 관련 기관들의 코로나19 데이터 공개를 위한 글로벌연대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속에서 K방역, K진단키트 등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잖아요. 20년, 30년을 통해 일어날 연구 패러다임 변화가 압축돼 일어나는 지금의 과도기에 ‘K사이언스’에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