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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얻고 싶다면 '혁신' 두 글자에 집중하라

[2020 키플랫폼]스웨덴 석학 찰스 에드퀴스트 "연구 중심 정책 탈피해 혁신 중심 모델로 전환해야"

유승목 최민경 | 2020.05.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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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퀴스트 찰스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수가 28일 오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0 키플랫폼' 분과회의(국가과학기술 체계 패러다임 시프트와 오픈 사이언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포스트 팬더모니엄(대혼란) 시대의 생존전략으로 혁신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정책 모델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연구 중심의 정책 논의에서 벗어나 혁신 중심의 모델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혁신' 분야 석학으로 손꼽히는 찰스 에드퀴스트 스웨덴 룬트대 교수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8회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혁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연구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이양해야 한다며 스웨덴의 국가혁신위를 예로 들었다.



"선형적 시스템, R&D 중심의 혁신 정책이 문제"


에드퀴스트 교수는 현재의 혁신 정책의 문제점으로 크게 선형적 시스템과 R&D(연구개발) 중심의 정책 두 가지를 꼽았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혁신 프로세스는 모든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일부가 배제되면 혁신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혁신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공공활동을 통합하고 조율해야 혁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혁신 시스템 전문가들은 통합적인 면을 고려하지만 정책가들은 선형적 관점 유지하는 게 문제"라면서 "혁신 연구는 발전했는데 혁신 정책은 뒤처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정책가들과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책면에서 선형적인 것이 채택됐다"고 덧붙였다.

또 에드퀴스트 교수는 "혁신과 R&D는 별도로 다뤄져야 하지만 종종 많은 국가에서 이를 묶거나 혼용하고 있다"며 "혁신 정책에 연구 중심 논의만 있을 뿐 혁신은 부차적으로 다뤄진다"고 지적했다. 혁신 정책을 연구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 에드퀴스트 교수의 주장이다.



스웨덴은 어떻게 '혁신궤적' 그렸나


에드퀴스트 교수는 이 같은 혁신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한 정책 모델로 스웨덴 국가혁신위원회를 제시했다. 2015년에 설립된 스웨덴 혁신위는 위원장인 총리를 중심으로 업계와 노동계, 학계 등 10명의 각계 외부 전문가로 구성, 국가 및 각종 산업 시스템 전반의 혁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위원회 설립 당시 초대 위원으로 참여해 4년 간 활동했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스웨덴 혁신위는 지난 수십 년간 운영된 연구정책위와 달리 연구를 혁신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다루고 선형적 관점에서 탈피하기 위한 모델을 추구한다"며 "이는 한국에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웨덴 혁신위는 총리가 위원 및 관련 부처 장·차관과 논의해 안건을 결정하는데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이슈에 대한 포괄적으로 논의 한다"며 "이를 통해 통합적인 혁신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고 아일랜드나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모델의 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스웨덴 혁신위의 성과로 기능 중심 공공조달을 꼽았다. 그 동안 혁신이 부재한 제품 중심의 조달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기능 중심 조달로 체계를 전환하며 혁신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에드퀴스트 교수는 "공공조달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17.5%를 차지, 모든 산업 생산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거대한 시장으로 이를 활용하면 통합적인 혁신정책을 이룰 수 있다"면서도 "매번 과거 요청서를 그대로 베끼고 작년과 동일한 제품이 조달돼 혁신적인 제품이 채택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4년 총리가 공공 조달을 담당하는 장관을 새로 임명해 혁신위에 참석했고 늘 만들던 제품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제품에 기회를 주는 전략을 발표했다"며 "이 과정에서 늘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혁신의 궤적을 그리며 환경이나 에너지, 도시, 안보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