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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도… '확신의 덫' 벗어나야 변화해 생존

De-Fakeworking 인터뷰 - 서강석 직장인행복연구소 소장

조철희 | 2021.03.30 10:00

편집자주 |  코로나 팬데믹 1년.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하겠지만 '비대면'의 일하는 방식은 영구적으로 변화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기업들은 업무에 불필요한 요인들을 완전히 제거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 애쓰고 있다. '가짜일 없애기'(De-Fakeworking) 등 '일의 미래'에 대한 글로벌 혁신기업 및 전문가들과의 '비대면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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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과거 방식이냐 생소한 새로운 방식이냐의 갈림길에서 리더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기업 조직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종식되면 우리는 과거의 일상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이같은 고민이 깊은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격하게 변화한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 원격근무, 디지털 협업 등 크게 바뀐 일하는 방식이 팬데믹 후에도 지속될지 아니면 과거처럼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하던 시절로 돌아갈지 관건이다.

서강석 직장인행복연구소 소장(사진)은 앞으로 조직의 리더들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진짜 중요한 시기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라며 "리더들이 재생(Repeaing) 버튼을 누를 것인지 아니면 재고(Rethinking) 버튼을 누를 것인지,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조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가 영원히 바꿔버린 비즈니스도 있지만 외부 충격이 정리되면 어떤 기업들은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려 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자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종식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은 더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과 조직개발 전문가인 서 소장에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의 갈림길에서 조직의 리더들에게 닥친 고민과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기업 조직 리더들에게 닥칠 어려움은 무엇인가.
▶리더들은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비즈니스 모델, 일하는 방식, 사람을 다루는 리더십 등 모든 게 오랫동안 몸에 배어 있는데 디지털 혁신과 팬데믹으로 비즈니스와 조직의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버렸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가 리더와 조직의 고민이 됐다.

-그런 변화에 적응하기가 크게 어려운 일인가.
▶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이유는 2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적 편향의 일종인 자기중심 편향(Egocentric bias)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에 자신이 보고 싶은 긍정적인 면만 보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두번째 이유는 성공 습관이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공 습관은 일만 시간의 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오랜 기간 체득된 것이다. 관점이나 일하는 방식이 사고습관이나 행동습관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인지적 편향이 작동해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확증편향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 성공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점이 되어도,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성공한 리더일수록 남들이 편향과 습관에 빠진 것을 보면서 '왜 저렇게 하지?'라고 의문을 갖지만, 정작 본인은 성공의 덫에 걸려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가 기존의 성공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은 승자의 감옥이 된다.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텐데, 다수의 리더들은 '내가 옳다'는 자기확신이 너무 강해 세상이 바뀌어도 인식을 못한다. '새로 배워야 된다', '새로 적응해야 된다'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리더가 변화하지 못하면 조직은 더욱 경직될 것 같은데.
▶개인이 편향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조직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은 인풋, 프로세스,아웃풋의 과정인데, 조직은 이 시스템을 최적화·효율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즉 시스템에서 모든 변동성이나 낭비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시스템을 다른 말로 하면 조직의 '루틴'이다. 운영의 탁월성을 말할 때 탁월성의 핵심은 변동성이나 낭비가 없는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루틴대로 해야 하고, 새로운 것은 여간해선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최적화된 시스템은 유연하지 않고, 경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 전체로 봤을 때 비즈니스를 최적화한다는 것은 루틴화 하겠다는 것이고, 그 결과, 시스템의 경직성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흔하다.

-확신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가.
▶개인은 편향과 습관의 루틴 때문에 확신의 덫에 걸리고, 조직은 최적화된 루틴 때문에 시스템의 경직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루틴이 문제가 되는 것은 효율성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루틴 외에 효과성을 추구하는 루틴을 만들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기존 관점과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또다른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루틴을 만들기 위해선 평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더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기존 관점과 방식에서 벗어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면 외부 충격이 왔을 때 기존 사업 일부의 피해가 있더라도 새롭게 모색해 온 다른 사업에 투자를 늘려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충격이 왔을 때 갑자기 이런 루틴을 만들려고 하면 이미 늦다. 미리 새로운 것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가 충격이 왔을 때 신사업 선택지 중 가능성 있는 일부의 투자를 빠른 속도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팬데믹 때도 기존 사업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미래를 대비한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에 투자를 미리 해왔던 기업들은 팬데믹이라는 충격이 닥쳤을 때 디지털 부분에 대한 투자와 적용을 급속히 확대해 위기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을 루틴으로 갖춘 조직은 레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가 더 강할 것이다.
▶조직의 회복탄력성은 마치 내진 설계를 갖춘 건물과 비슷하다. 유연한 조직은 외부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을 흡수한 후 시스템을 재조정해서 안정된 상태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의 변화로 고객만족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면,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해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루틴을 갖추고 있을 때, 조직의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코로나는 외부에서 갑자기 리셋 버튼을 누른 것인데, 평소에 자기 스스로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한다. '나는 환경이 바뀌어도 항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루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리셋 버튼을 누른다는 것은 자신의 관점, 기존의 사고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즉 언러닝(Unlearning·폐기학습)을 먼저 해서 예전 사고와 행동 습관을 버려야 한다. 지식이나 스킬을 다시 배우는 것은 그 다음이다.

애덤 그랜트는 최근 출간한 '싱크 어게인'(Think Again)에서 과학자의 사고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는 '내가 아는 게 틀릴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기본 가정을 바탕으로 가설-실험-검증을 반복한다. 이것은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비슷한 접근방식이다. 디자인싱킹의 핵심도 고객 입장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가설-실험-검증을 반복한다. 결국 고객 관점에서 리싱킹(Rethinkiong) 하자는게 디자인싱킹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의 사고방식이나 디자인싱킹은 기존의 관점이나 방식에는 한정된 유효기간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공한 리더들일수록 기존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를 고려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맞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가능성과 여지를 두는 인지적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새로운 사고와 방식을 시도하는 루틴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면 변화는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