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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기업 '두이스트'

2021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 아미르 살리헤팬딕 두이스트 대표

조철희 | 2021.05.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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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근무는 생산성이 높은데 통근을 제외한 나머지 장점은 장소의 독립성 덕분이라기보다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의 산물, 즉 다른 팀원들과 소통하는 타이밍에 대한 결정권이 팀원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원격근무의 효율성 등 장점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특히 최근 일부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원격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 도입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Asynchronous Communication)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업무 생산성 향상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두이스트(Doist)는 100% 원격근무 회사인데 최근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업무 방식을 통해 스스로 업무 생산성을 더 높이고 조직문화도 개선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인 아미르 살리헤팬딕 대표(사진)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원격근무가 미래의 업무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원격이든 아니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팀 생산성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비동기 방식이 최상의 결과를 낳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덕분에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살리헤팬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실시간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전제다. 반대로 동기식 커뮤니케이션(Synchronous Communication)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인데 흔히 만나서 얘기하거나 전화하는 방식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비통기 커뮤니케이션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살리헤팬딕 대표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회의나 그룹 채팅 때문에 하루 종일 방해를 받는다면 업무를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그러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항상 온라인 상태일 필요가 없고, 메시지에 즉시 응답하거나 하루 종일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응답을 한 번에 일괄 처리할 수 있어 직원들은 하루 일과를 매우 다르게 구성할 수 있다.

살리헤팬딕 대표가 설명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메시지를 받는 즉시 응답해야 하는 대신 깊이 있고, 사려깊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직원들이 업무시간을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업무만족도를 높여준다.

메시지가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돼 방해받지 않는 큰 단위의 시간을 내서 회사에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업무와 메시지 또는 회의 사이를 오가는 대신 하루에 1~3번 정도 한꺼번에 메시지를 처리하면 된다.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이 서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요 논의와 중요 정보가 자동적으로 문서화되고, 따라서 나중에 그 대화를 공유하고 참조하기가 쉬워진다.

살리헤팬딕 대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는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다"며 "직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바이오리듬, 양육과 같은 업무 이외의 책임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거의 완전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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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 살리헤팬딕 두이스트 대표 겸 창업자가 30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키플랫폼' 특별세션에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살리헤팬딕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1 키플랫폼(K.E.Y. PLATFORM)에도 화상으로 참여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원격근무를 하면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여기지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일하는 회사라면 경영자가 추구하는 미션과 잘 맞는 사람을 지역적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채용할 수 있기 때문 다른 회사보다 더 강력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두이스트는 2007년 살리헤팬딕 대표가 대학교 기숙사에서 Todoist를 처음 만들며 창업한 회사다. 지난 10년간 Todoist는 2500만명 이상이 사용했고 19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후 2015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Twist를 구축했다. 이메일과 채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합한 Twist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스타벅스, 쇼피파이 등 40만개 이상의 팀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Todoist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업무 과제를 관리하고, 업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공유하는 솔루션이다. Todoist Business는 팀과 매니저들이 과제를 위임하고,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복잡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시각화할 수 있게 해주는 보다 협업적인 버전이다.

Twist는 팀이 원격으로 일할 때 긴 토의와 채팅 메시지를 하나로 결합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하는 또다른 플랫폼이다. 스레드 기반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방식으로 팀이 즉시 대응할 필요 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살리헤팬딕 대표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원격근무를 우선하는 것과 거주지에 상관없이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두이스트는 시작부터 100% 분산돼 원격으로 근무했고 현재 35개 국가에서 90명 이상의 인재를 고용하고 있다.

그는 "이 새로운 트렌드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업무와는 매우 다른, 리더십 등 전체 조직에서 매우 다른 역학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자질도 달라진다"며 "분산·원격근무 기업에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기 때문에 외향적인 성격은 별로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 반면 아이디어, 쓰기,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살리헤팬딕 대표는 "우리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10년 넘게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업무 방식의 이점을 확인하려는 목표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에게 이것은 단순히 비즈니스가 아니라 거의 종교에 가깝다"고 말했다.